VISIT JEJU

마음이 통하는 영혼의 단짝을 뜻하는 소울메이트는 단어부터 낭만적이다. 어쩌면 우리는 생에 단 한 번 만날 소울메이트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리에서 도태된 조상은 홀로 남겨져 결국 죽음에 처했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건 결국, 아주 오래전부터 생존과 직결되는 감각이었기 때문에 지극히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관계를 맺는 것에 있어서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존중과 배려가 기본이다. 감정형(F형)은 사람 간의 조화를 추구하고 공감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관계를 중요시 한다. 이번 여정은 F 유형이 새로운 사람과 만나 함께 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서로 같은 관심사를 좋아하면 끈끈해지는걸, 아이돌 팬덤을 보면 알 수 있다. 취향을 공유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유를 말하지 않더라도 좋은 지점을 알고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은 소중하게 남는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하고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면 이곳, 취향의 섬 북앤띵즈에 주목해 보자. 바로 곁이 귤밭이라 그런지, 2층은 귤나잇이라는 이름의 민박으로 운영 중이다.

줄 지어선 종려나무 길목을 지나면 취향의 섬 북앤띵즈에 다다른다. 유리창에 붙어 있는 문구는 이렇다. “우리는 모두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 이루어진 고독하고 아름다운 섬이다.” 모두의 취향을 사로잡을 수는 없지만 개인의 취향을 이해하고 존중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출입문 바로 앞에 공들여 키운 크고 작은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여러 소품을 판매하는 주인의 취향은 어떤지 살짝 엿볼 수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정현종 시인의 <섬>처럼, 각자 취향이 겹치지 않더라도 취향의 섬 북앤띵즈의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마음에 들어 하는 여행객들은 이곳에 자연스레 모여들게 될 것 같다. 한쪽 벽에 제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엽서가 빼곡하게 붙어 있어 누군가의 방을 들여다보는 것같은 정겨움이 느껴진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한라산 역시 공간의 분위기를 담당한다.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독립서적을 비롯한 여러 책을 직접 큐레이션 해서 판매하고 있다. 책을 고르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면 지난달 베스트셀러 목록을 참고하자. 책뿐만 아니라 제주 느낌을 담은 소품, 멀리 해외에서 온 수공예품 등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물건들도 취급한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성인군자형 ISFP를 겨냥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속골로 66-7 1층 취향의섬 북앤띵즈
▶문의 : 010-2931-4797
▶운영시간 : 매일 10시~5시 / 매주 일요일, 월요일 정기휴무 (비정기휴무 인스타그램 공지)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큰엉은 올레길 5코스에 포함 되어,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는 산책로다. 시원하게 나 있는 용담 해안도로를 걷는 기분이랑 또 다르게 바로 곁에서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닷가나 절벽에 뚫려 있는 동굴을 제주도 사투리로 엉이라고 한다. 잘 닦여 있는 산책로 돌길 양옆으로 나무들이 우거져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터널을 만든다. 햇살과 무성한 나뭇잎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바람을 만나 바닥에서 쉴 틈 없이 반짝거린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곧이어 큰엉이 핫한 이유와 마주치게 된다. 나뭇가지와 잎사귀들의 틈 사이가 꼭 한반도 지형 모양대로 보이는데 도두봉의 키세스 존처럼 사람들이 인증샷을 많이 찍는 포토존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에게 연예인형 ESFP가 사진을 찍는 팁을 준다. 정면으로 서기 보다 살짝 옆으로 비스듬하게 서는 게 좋고, 카메라 렌즈를 하늘쪽으로 향하게 두고 찍으면 키가 커보인다며 너스레를 떤다. 해안절벽은 까맣고 빽빽하고, 나무들 사이로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곳곳에 놓여 있어 그 곳에 앉아 바라보는 푸른 바다도 아름답다. 울퉁불퉁 바위가 깔린 흙길 아래로 내려가면 파도와 바람이 조각한 인티언 추장 얼굴 바위도 볼 수 있고, 그 뿐만 아니라 우렁굴과 호랑이 머리를 닮았다는 호두암도 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고 살펴 보자.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522-17 큰엉전망대
▶문의 : 064-760-4181

요즘 1인 손님이 혼자 가서 술을 마시는 ‘혼술바’가 늘었다. 혼술바에서는 혼자 온 손님들끼리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내심 기대되기도 하지만 그런 자리가 인위적이고 부담스럽다면 매일 저녁 8시에 와이너리 디너를 진행하는 루프탑정원 게스트하우스를 추천한다. 남성 객실과 여성 객실은 따로 분리되어 있고, 남성 객실은 1층의 5인실 단독이지만 여성 객실은 2층의 1인실, 4인실, 방 안에 욕실이 딸린 특실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며 조식으로 씨리얼과 토스트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3층의 루프탑을 오르니 별을 닮은 은은한 전구와 멀리 보이는 한라산뷰가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1층에는 열댓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다이닝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다. 야외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하얀 천막을 거치한 공간은 이 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인당 2만원이면 유럽풍 음식과 와인을 곁들이는 와이너리 디너를 즐길 수 있다.  여행은 혼자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오늘 일정은 어땠는지를 시작으로 처음의 어색함을 지워나가며 와이너리 디너에 참석한 모두가 담소를 나눌 수 있다. 파티형 게스트하우스가와는 다른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보다 편하게 마음을 열 수 있다. 한 번뿐인 만남이 아쉽지만 감성 가득한 루프탑정원에서의 시간이 일상을 견디는 원동력이 되어주길 바란다.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912번길 37
▶문의 : 0507-1308-3842
▶운영시간 : 입실 5시 / 퇴실 10시

흙붉은오름에서 시작되어 바다로 흐르는 서중천과 목장, 오름들과 원시림이 있는 머체왓은 제주 방언으로 돌밭을 뜻한다. 90년대 중반 남원 관광지구가 생기며 골프장이 들어서는 걸 막고 지켜내서 2012년에 숲길을 닦았다. 동백나무숲, 삼나무숲, 여러 식물이 자라는 생명력이 넘치는 머체왓 숲길은 피톤치드로 가득하다.

계절과 시기를 잘 선택하면 머체왓숲 입구에 즐비한 메밀꽃도 볼 수 있다. 신혼부부들의 웨딩사진 촬영 명소로 이름난 만큼 아름다운 장소다. 숲길은 2018년에 제1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고, 2021년 제주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됐으며, 2023년에는 걷기 좋은 명품 숲길로 이름을 올렸다. 그늘이나 틈으로 비치는 햇볕을 ‘볕뉘’라고 한다. 울창한 나무의 잎과 가지 사이로 투명하게 햇살이 떨어져 빛난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산새들의 울음소리 역시 맑게 울린다. 숲이 지닌 푸른 기운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걸 느껴 보자. 산행을 마치고 족욕을 하며 한방약차를 마시면굳어 있던 몸과 마음이 말랑하게 풀어진다.

▶주소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 755
▶문의 : 0507-1327-3113
▶운영시간 : 매일 9시~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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