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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건축문화기행] 4, 5코스. 예술, 건축, 그리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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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건축문화기행 4코스 ‘예술 기행’과 5코스 ‘한국 건축 거장’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건축 또한 예술의 범주 안에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작품이자 전시관, 그리고 한국의 예술가와 건축 거장, 결국은 사람들을 만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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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서 만나는 거장의 작품예술, 건축, 그리고 사람들
서귀포건축문화기행 4코스 ‘예술 기행’과 5코스 ‘한국 건축 거장’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건축 또한 예술의 범주 안에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작품이자 전시관, 그리고 한국의 예술가와 건축 거장, 결국은 사람들을 만나 본다.
글, 사진 : 여행칼럼니스트 송세진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4, 5코스. 예술, 건축, 그리고 사람들](http://api.cdn.visitjeju.net/photomng/imgpath/202105/04/9b02f534-8634-4713-ba83-ddf62fe7d1b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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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당미술관은 한국의 첫 시립미술관이다. 이곳과 관련된 인물은 셋, 설립자 강구범 선생, 관장 변시지 화백, 그리고 김홍식 건축가이다.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라 일본 건축가들의 작품을 순례하는 여행과 비교가 되면서 개인적으로는 다소 안타깝기도 하다.
일단 미술관의 이름은 강구범 선생의 호이다. 재일교포 사업가 강구범은 서귀포 법환동 출신이다. 그는 고향을 떠난 지 42년만인 1985년에 일시 귀국하였다. 이 때 함덕리에 해양연구소를 건립하여 제주대학교에 기증하였고, 1987년에는 바로 이, 기당미술관을 건립하여 서귀포에 기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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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건축문화기행] 4, 5코스. 예술, 건축, 그리고 사람들](http://api.cdn.visitjeju.net/photomng/imgpath/202105/04/d2c46128-9d00-453f-878f-ff89c440006f.jpg)
초대 명예 관장은 변시지 화백이다. ‘폭풍의 화가’라 불리는 변시지 선생 역시 서귀포에서 태어나 주로 일본에서 수학하였고, 1957년에 영구 귀국하였다. 선생은 다리가 불편하였는데, 이것이 기당미술관의 완만한 램프형 동선을 설계하게 된 이유라고 한다. 심플하면서도 굵고 강렬한 제주의 바람이 느껴지는 선생의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다 보면 여백 속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간다.
김홍식 건축가는 제주 전통가옥의 눌을 모티브로 기당미술관을 설계하였다. 눌은 제주 전통가옥 마당 한 켠에 보이는 둥그런 더미이다. 추수 후 농작물을 묶어 두거나, 탈곡하고 난 짚을 쌓고 지붕처럼 엮어 덮어둔 모양이 마치 스머프 마을의 버섯집을 연상시킨다. 이는 수확물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것이니 풍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기당미술관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둥글둥글한 지붕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실내에서도 천장의 나무 석가래로 건물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4, 5코스. 예술, 건축, 그리고 사람들](http://api.cdn.visitjeju.net/photomng/imgpath/202105/04/c53dec77-72e8-4b33-9fde-9d8f21c3da83.jpg)
왈종미술관은 화가의 꿈이 담긴 작품이다. 이 건물을 구상한 사람은 이왈종 화백 자신이다. 그는 꿈 꾸는 작업실을 도자기로 빚었고, 결국 그대로 건축물로 실현하였다. 설계자는 다비드 머큘로와 한만원 건축가로 조소 작품을 건축물로 구현한 주역이라 할 수 있겠다. 이때 도면 수정만 2년이 걸렸다고 하니 쉽지 않았을 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왈종미술관 옥상으로 오르는 복도에는 이왈종 화가가 처음 구상했던 건물의 도자기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이왈종 화백의 작품은 상당히 밝고 정스럽다. 그림뿐 아니라 크고 작은 조소, 설치작품도 있고, 공예, 생활용품에 적용한 작품 등 상당히 친근하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자연광은 화백의 밝은 작품을 더 부드럽게 비춰준다.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4, 5코스. 예술, 건축, 그리고 사람들](http://api.cdn.visitjeju.net/photomng/imgpath/202105/04/fcbad4df-99f7-4993-97c2-2cf47b25996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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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도 유난히 많은데 여기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서양 화가였던 이왈종 화백은 제주로 이주하여 정착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물심양면 도움이 된 사람이 당시 소라의 성 식당 사장이었던 고 김철호씨였다. 1998년, 이왈종 화백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비보는 김철호 사장의 뇌출혈 사망이었다. 이화백은 1년 동안 향을 피우고 친구를 기렸다. 이 때 마음에 드는 향로를 찾지 못해 가마를 들이고, 직접 향로를 굽기 시작했다.
왈종미술관 옥상에는 여러 개의 향로가 있고, 소라의 성이 보인다. 반대로 소라의 성에서도 왈종미술관이 보인다. 둘은 서로 보이는 위치에 터를 잡았었고, 지금도 그리움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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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화백과의 인연이 있는 소라의 성은 또다른 사연이 있다. 이곳은 김중업 건축가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1969년에 건축된 작품이 ‘작자미상’ 또는 ‘추정’인 것 자체가 미스터리한 면이 있는데 건립 당시에 어떤 건물로 쓰였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이후에 고 김철호 사장이 식당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이 건물의 확인된 역사이다.
소라의 성이 김중업 작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곡선과 필로티 구조 때문이다. 김중업 작가는 르 꼬르뷔지에 제자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르 꼬르뷔지에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필로티 구조이다. 건물에서 벽이 없는 독립 기둥 구성을 말하는데, 현대의 건물 중에는 필로티 구조의 1층을 주차장으로 쓰거나 혹은 개방된 진입 공간으로 사용하는 예가 많지만 그 당시만해도 제주에 이런 건축물이 가능했던 사람은 김중업 뿐이었다. 소라의 성은 바다 방향의 1층 전면을 필로티 구조로 적용한 것이 보인다. 실제로 그가 설계한 구 제주대학교 본관과도 닮은 소라의 성은 닫힌 듯 열려 있는 곡선의 벽도 아름답다. 이곳에서 보는 바다는 그야말로 망망대해이다. 짙푸른 바다 위로 내려 앉은 반짝이는 햇빛과 제주 하늘이 속을 뻥 뚫어준다. 절벽 위의 집이라 여러 차례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 대상이 되었지만 이제 정비를 거쳐 여행자를 위한 북카페로 운영되고 있어 다행이다.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4, 5코스. 예술, 건축, 그리고 사람들](http://api.cdn.visitjeju.net/photomng/imgpath/202105/04/6484e8e8-7fe5-48af-9921-9774ae481362.jpg)
현재 제주에 남아 있는, 김중업 작품으로 확인된 건축물은 서귀중앙여자중학교(구 제주대학농과대학)이다. 상당히 실험적이고 아름다웠던 구 제주대학교본관 역시 철거되었고, 소라의 성도 작자미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귀중앙여자중학교를 보면 왜 건축물을 예술작품이라 하는지 단번에 이해가 간다. 보는 각도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고, 전면에 보이는 창틀의 폭은 규격화 된 것이 없다. 하이라이트는 서쪽 측면이다. 제주의 강한 햇빛이 차양 위로 내리 쬐면 검은 그림자와 반복되는 창틀이 기하학적 문양을 만들며 어우러져 커다란 회화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이 부분만 떼어 사진을 찍으면 코펜하겐 어디쯤 와 있는 듯, 마치 북유럽 건축물을 보는 것 같다.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4, 5코스. 예술, 건축, 그리고 사람들](http://api.cdn.visitjeju.net/photomng/imgpath/202105/04/656c5ffb-d708-4e68-a1ef-0fd4d9cf4d41.jpg)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4, 5코스. 예술, 건축, 그리고 사람들](http://api.cdn.visitjeju.net/photomng/imgpath/202105/04/b049ddb1-d5c4-4ff6-b53b-5e6e5d8e2a16.jpg)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4, 5코스. 예술, 건축, 그리고 사람들](http://api.cdn.visitjeju.net/photomng/imgpath/202105/04/120745cb-b079-4480-860c-3337682c3115.jpg)
한 나라의 건축은 공공건축이 그 대표성을 가지며 지표가 된다. 뿐만 아니라 그 건축물을 어떻게 공유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한 이유인지 복지국가일수록 도서관이 아름답고, 접근성도 높다. 정기용 건축가는 ‘감응의 건축가’, ‘건축계의 공익요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제주에 남겨진 그의 작품은 서귀포와 제주시 두 군데 자리한 기적의 도서관이다. 2003년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캠페인이 지방에 도서관을 지어주는 것이었는데, 이 때 건립된 것이 기적의 도서관이다. 정기용 선생은 현지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이를 실제 건축물에 적용하기로 유명한 건축가이다.
건축 당시의 난관은 부지로 선정된 곳에 있던 소나무였다. 베어 버려야 했지만 이를 훼손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도서관 중앙에 나무를 살렸다. 소나무 숲을 감싸는 둥근 도서관은 소담하고 아름답다. 우리나라의 도서관들이 더 아름답고 사랑받게 되기를 바라며, 작고 당시 정작 자신의 집 한 채 없었다던 정기용 건축가를 기려 본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찾아오는 즐거운 놀이터가 되기를, 공공의 건축물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과 기억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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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서귀포시 관광진흥과에서 추진중인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홍보 콘텐츠로, 관련된 사진 등 콘텐츠 및 코스와 관련된 내용은 서귀포시 관광진흥과(064-760-3942)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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