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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투어 마을참견 9 <향토사학자의 바이브를 느껴봐, 김웅철 삼촌의 대정읍 역사 투어>

별점(별점없음)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면, 대정 역사는 김웅철 삼촌으로 통한다. 수집한 자료가 워낙 방대해 대정 지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삼촌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4·3과 6·25 전쟁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주 역사의 중심지 대정읍에 대해 삼촌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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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마을향토사학자의 바이브를 느껴봐 김웅철 삼촌의 대정읍 역사 투어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면, 대정 역사는 김웅철 삼촌으로 통한다. 수집한 자료가 워낙 방대해 대정 지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삼촌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4·3과 6·25 전쟁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주 역사의 중심지 대정읍에 대해 삼촌에게 물었다.



향토사학자는 주류 역사학계보다 지역에서 독자적인 연구를 펼치는 이들을 일컫는다.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사재를 털어 자료를 수집하고, 전설이나 민담처럼 기록되지 못한 이야기를 발굴한다. 대정읍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생 때부터 지역 사료를 수집한 향토사학자 김웅철 삼촌은 그야말로 대정 지역의 역사를 꽉 잡고 있다. 삼촌은 지난해 봄 일평생 모은 사료를 정리해 ‘대정현역사자료전시관’을 열었다. 미처 전시되지 못한 채 창고에 쌓인 자료만 봐도 삼촌의 내공이 가히 짐작된다. 대정읍은 3개읍(제주, 대정, 정의)으로 행정 구역을 나누었던 조선시대 대정현청 소재지였고, 일제강점기 대정면사무소가 있던, 제주도의 오랜 중심지였다. 태평양전쟁을 위해 지은 알뜨르비행장과 동굴 진지, 4·3 학살터로 쓰인 섯알오름 등 제주를 관통한 역사의 상흔이 보존된 ‘다크투어’의 주요 장소이기도 하다. 아직도 대정 지역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김웅철 삼촌에게 대정읍 가이드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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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 지역의 사료를 수집해온 향토사학자 김웅철 삼촌은 대정현역사문예포럼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랫동안 지역 사료를 모으고 있는데, 대정은 어떤 지역인가요?

전시관이 ‘대정현역사자료전시관’인데, 근현대뿐 아니라 조선시대까지 포괄하기 위해 예전에 부르던 명칭인 ‘대정현’을 붙였어요. 대정현은 15세기부터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사용됐던 제주도 남서부를 가리키는 행정구역명입니다. 현재의 대정읍, 안덕면, 그리고 일부 중문 지역을 포함하지요. 그중 가장 중심지는 대정읍이었습니다. 대정현청이 있었고,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면 소재지였죠. 저는 ‘추사관’에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라고 설명이 붙은 걸 보면 속상해요. 서귀포는 20세기에 부흥한 지역이죠. 이제는 시(市)로 승격되어 제주시-서귀포시 2원 체제지만, 조선시대에는 제주목-대정현-정의현 3읍 체제였지요. 정확히는 대정현 김정희 유배지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요?

대정현역사자료전시관이 뜻깊은 건물이라고요. 원래 면사무소였지요?

그렇게 알고 있는데, 원래 면사무소는 지금의 보성초등학교 옆(인성리)에 있었어요. 대정현의 중심지죠. 거기에 대정현청도 있었고요.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상모리에 모여 살면서 주요 시설을 차츰 옮겨왔어요. 1933년에 이 건물이 면사무소가 되었습니다. 광복 후 1980년 하모리로 면사무소를 옮겼고, 그 뒤로는 빈 건물이었어요. 리모델링해서 대정보건지소, 서귀포 서부보건소 등으로 쓰다가 지난해 전시관으로 열었지요. 전시관에서 이곳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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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면사무소에서 광복 후 읍사무소로, 이후 대정보건지소와 서귀포 서부보건소를 거쳐 2018년 새로운 쓸모를 찾은 대정현역사자료전시관.

전시관이 소장한 자료가 상당한데, 모두 삼촌이 모은 것인가요?

모으기는 제가 모았지만, 모두 ‘우리’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혼자서 좋자고 모은 건 더더욱 아니고요. 후대를 위한 것이고, 공공의 것이지요. 한때 빚에 허덕이기도 했고, 수집하면서 이런저런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만.(웃음)

향토사학자가 될 결심은 어떻게 하셨나요?

어린 시절에 꽤나 악동이었어요. 사고를 많이 쳤죠. 큰아버지 댁에서 자랐는데, 그곳에 추사 선생 작품이 여럿 있었어요. 선대 어른이 추사 선생과 가까이 교류하던 사이였거든요. 하루는 딱지치기하겠다고 추사의 병풍을 찢어서 딱지를 만든 거예요. 큰아버지한테 죽도록 맞았죠. 정작 아버지는 혼내지 않았지만, 아주 조용히 타일렀습니다. 조상의 체취가 담긴 물건은 훼손하면 안 된다고, 잘 갖고 있다가 후대에 길이길이 물려주어야 한다고요. 그때 아버지의 이야기가 저를 이끌었습니다. 고등학교 무렵부터 역사 자료를 수집했고, 지역의 향토사학자들과 교류하기 시작했지요.

전시실에서 물적삼과 물소중이를 입은 해녀들이 사계 바다에서 물질을 준비하는 사진을 봤어요. 이런 귀한 자료는 어떻게 구하나요?

사방팔방으로 구하죠.(웃음) 개인에게 사거나 지인으로부터 받기도 합니다. 자신이 평생 수집한 자료를 저에게 유품으로 남긴 선배도 있습니다. 제가 역사책 외에 영어 교재도 몇 권 집필했어요. 영어 선생님이었거든요. 이 장기를 살려 워싱턴 D.C.까지 사료를 구하러 간 일도 있어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이하 NARA) 자료를 쥐 잡듯 뒤졌죠. NARA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근현대사가 다 들어앉은 아카이브예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자료가 많아요. 이렇게 모은 자료가 8500점 정도됩니다. 창고 다섯 곳에 나눠서 보관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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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가 워낙 많아 전시실에 건 것은 일부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자료는 전시관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대정 역사 투어’를 간다면 어떤 코스가 좋을까요?

추천할 곳이 참 많죠. 몇 곳을 꼽자면 우선 대정향교를 추천할게요. 지금은 단산 아래에 있지요? 그동안 여러 번 자리를 옮겼어요. 대정의 유배 문화를 잘 보여주는 유적지예요. 한학이 깊은 학자들이 유배 기간 동안 대정 사람들과 교류하며 남긴 문화가 녹아들어 있어요. 정난주 마리아 선생 이야기도 꼭 하고 싶어요. 신유박해 때 남편 황사영이 처형당한 뒤 제주에 귀양 왔던 천주교 순교자로 알고 있지요? 대정현의 관비로 있으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일을 했어요. 지역민을 위해 위생, 섭식, 생활 예절, 출산과 육아 등 모든 것을 다 가르친 분입니다. 1838년 눈을 감았을 때 대정 사람들이 ‘한양 할머니’가 죽었다고 슬퍼했을 정도지요. 동일리에 묘소와 ‘정난주 길’이 있어요. 이밖에 역사 여행할 곳은 또 있죠. 저의 책 <대정현 다크투어 유적>을 참고해도 좋을 거예요.

향토사학자로서 못다 한 작업이 있다면요.

나이는 많아도 여전히 하루를 스물다섯 시간처럼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곧 <신 대정현 순력 기행>을 집필하려고요. 3권을 한 세트로 기획 중인데, 다 합치면 3000페이지가량될 겁니다. <대정현 다크투어 유적>이 현재부터 200년 전 사이의 일을 다뤘다면 이 책은 다루는 시간의 범위가 훨씬 넓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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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읍의 중심부에 위치한 시계탑 전경. 모슬포항 방향으로 가면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은 ‘방어축제의 거리’가 나오고, 일주서로 방향으로 가면 ‘대정현역사자료전시관’이 나온다.
김웅철 삼촌 추천대정 역사 투어 스폿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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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대정현역사자료관

조선시대에는 유배지로, 일제강점기와 6·25 당시에는 군사적 요충지로, 과거사에서 역할이 막중했던 대정읍의 역사 자료를 모았다. 지역 정보를 담은 고문헌부터 레트로 느낌 물씬한 1970~80년대 빛바랜 사진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역사 투어의 길잡이가 되어줄 ‘대정 역사 문화 지도’를 무료 배포하니 놓치지 말 것.

서귀포시 대정읍상모대서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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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육군 제1훈련소 정문·강병대 교회

대정현역사자료관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6·25 전쟁의 흔적이다. 1·4 후퇴로 전세가 역전되자 육군은 대구에 있던 제1훈련소를 모슬포로 옮겼다. 대규모 병력과 함께 피난민이 몰려들며 모슬포 일대는 순식간에 10만 명이 북적대는 천막 도시가 된 바 있다. 훈련소 정문 기둥과 1952년에 세운 군인 교회 ‘강병대 교회’ 정도가 지금껏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대서로 43-3


마을참견대정

03 알뜨르비행장

비행장 시절 관제탑(왼쪽)과 관제탑에서 바라본 대정 풍경(오른쪽). 군사 시설이 드문드문 보인다.

너른 들을 뜻하는 제주어 ‘드르’에 ‘아래’를 합쳐 ‘알뜨르’다. 알뜨르비행장은 현재 제주국제공항의 전신인 정뜨르비행장과 함께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군사 시설이었다. 1920년대 중반 지역민을 동원해 건설했으며, 중일전쟁의 전초 기지 역할은 물론 태평양전쟁 후반부에는 자살 공격인 가미카제 훈련을 실시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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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대정성지

조선시대 서남쪽 중심지였던 대정현의 옛 자취를 엿볼 수 있다. 1416년 제주의 행정 구역을 3읍 체제로 정비하며 대정현을 설치한 뒤 곧이어 읍성을 축조했다. 주변을 밭과 민가가 둘러싸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성 안쪽에 추사관이 위치해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서귀포시 대정읍 추사로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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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대정항교

유배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러 번 위치를 옮긴 끝에 17세기 후반 현재 위치인 단산 아래에 자리 잡았다. 대문 옆을 보면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 모습이 흡사 추사의 <세한도>에 등장하는 소나무와 닮아 혹자는 추사가 이 나무를 그렸다고 말한다. 공부하는 곳인 명륜당, 묘실인 대서어전,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로 이루어져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향교로 165-17

마을참견대정

06 방어축제의 거리 

대정읍 중심지가 인성리 일대에서 모슬포항 쪽으로 옮겨간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거리다. 일본인이 드나들던 여관과 가게 등 적산가옥이 일부 남아 있다. 역사 투어를 마친 후에는 이곳 식당과 카페, 포구까지 찬찬히 걸어봐도 좋겠다. 이름이 알려주듯 제주의 겨울 별미인 방어로 유명한 횟집이 즐비하다.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유의사항
※ 위 정보는 2019-10-07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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