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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투어 마을참견 8 <구좌가 당근 마을이 된 사연, 한태호 삼촌이 들려주는 평대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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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좌읍은 명실상부한 전국구 당근 주산지다. 하지만 1970년대, 평대리의 어느 퇴역 군인이 시험 삼아 지어본 당근 농사가 ‘구좌 당근’의 시초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평대리 토박이 농부 한태호 삼촌이 들려주는 평대 마을 농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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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마을구좌가 당근 마을이 된 사연, 한태호 삼촌이 들려주는 평대리 이야기

구좌읍은 명실상부한 전국구 당근 주산지다. 하지만 1970년대, 평대리 출신 퇴역 군인이 시험 삼아 지어본 당근 농사가 ‘구좌 당근’의 시초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평대리 토박이 농부 한태호 삼촌이 들려주는 평대 마을 농사 이야기.

전국에서 유통되는 당근의 60%가 제주도 동쪽 구좌읍에서 난다. 구좌읍은 명실상부한 당근 주산지로, 구좌읍에 가면 당근을 소재로 한 다양한 먹거리와 가공품, 조형물과 마주치게 된다. 그만큼 당근 하면 구좌, 구좌 하면 당근이지만 정작 구좌 당근이 언제부터, 어떻게 유명해졌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구좌 내에서도 대표적인 당근 마을인 평대리에서 10년째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한태호 삼촌은, 여러 설이 있지만 평대리에서 구좌 당근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 자세한 사연이 궁금해, 올겨울에 거둘 당근 파종 준비가 한창인 평대리에서 삼촌을 만났다.


마을참견_평대리
농장을 안내 중인 평대리 토박이 한태호 삼촌. 유기농법을 오래 공부해 지역의 자연 환경과 농사에 대한 이해가 깊다.

마을 이름에서 평원의 이미지가 떠올라요. ‘평대’는 평평하고 너른 마을이라는 뜻인가요? 

절반만 맞아요. 원래 제주말로는 ‘벵듸’라고 그랬거든요. 벵듸는 너른 들판이긴 한데, 들판을 가리킬 때 주로 쓰는 제주말인 ‘드르’와는 차이가 있어요. 진드르, 알뜨르 같은 들판과 달리 벵듸가 붙은 땅은 ‘영양가’가 없어요. 돌과 잡풀이 우거진 거친 들이 벵듸기 때문이죠. 평대 마을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이 벵듸라는 말에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땅이 거칠고 척박한 것이 평대 마을의 삶과 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나 봐요.

물론이죠. ‘마지기’라는 말 들어봤어요? 땅 면적을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마지기는 평방미터나 평처럼 고정된 넓이가 아니에요. 곡식 씨 한 말을 뿌려 농사를 지을 만한 크기를 가리키는 거라 땅이 얼마나 비옥한가에 따라 한 마지기의 면적이 달라져요. 제주에서는 마지기를 얘기하는 기준이 곡식 ‘조’거든요. 애월에서는 한 마지기가 660m²(200평)인데, 구좌에서 조 한 말을 키우려면 그 두 배 면적이 필요해요. 그만큼 척박하죠. 이 땅의 차이를 구좌 지역의 장자 문화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애월은 자식이 여럿 있으면 땅을 고루 나눠주지만 우리 마을에서는 장자에게 몰아줍니다. 땅이 척박해서 먹고 살기 힘드니까, 이걸 나눠줬다가는 자식 중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거든요. 장자라도 살라는 거지요. 


이 지역은 왜 유독 척박한가요?

한라산이 폭발할 때 서풍이 불었기 때문이죠. 동쪽 지역의 이 흙은 다 화산재로 만들어진 화산회토예요. 유기물이 없어서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죠.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물이 잘 빠져요. 태풍 때문에 시간당 100mm씩 비가 내려도 이 동네 밭은 다음날 가보면 뽀송뽀송해요. 비자림 뒤쪽으로 돝오름이라고, 나지막한 오름이 하나 있는데 우리 마을 온 김에 거기 올라가서 구좌 지역을 내려다보세요. 강이 하나도 없어요. 서쪽은 건천이라도 있어서 비가 오면 그리로 물이 흐르죠. 동쪽은 없습니다. 다 어디로 갈까요? 지하로 스며요. 그래서 삼다수 공장이 이 근처에 있는 거예요. 


구좌하면 당근이잖아요. 평대 마을도 당근으로 유명하고요. 당근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나요?

척박한 땅이 아니라 물 빠짐이 좋은 땅에서 잘 자라요. 그런데 화학비료가 아니었다면 당근도 자라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나라 농업사에서 화학비료가 도입된 게 1970년대 무렵인데, 비료의 도움으로 구좌 지역도 그 즈음부터 당근을 생산하기 시작했죠. 


마을참견_평대리
‘평대 최고 당근’ 문구와 함께 귀여운 당근 캐릭터가 그려진 마을 어촌계 건물.

그럼 1970년대 이전에는 당근이 나지 않았나요?

그렇죠. 1970년대 이전까지 제주는 모든 지역이 자급자족 형태로 농사를 지었으니까요. 귤 말고는 소득 작물이라는 게 없었어요. 1970년대부터 지역 특성에 맞는 작물을 찾아 키우자는 움직임이 일어요. 이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인데, 구좌 지역에서 처음으로 당근 농사를 시도한 게 우리 평대리예요. 마을에 퇴역한 군인이 하나 있었는데, 이곳에 딱 맞는 작물을 찾고 싶었던 거죠. 먼저 2년 동안 조와 보리 농사를 지어서 창고를 가득 채웠대요. 가족들에게는 이걸로 먹고 살라고 하고, 그 길로 연구를 시작했어요. 그 뒤 일본에서 당근 농사짓는 것을 보고 평대리에 당근을 심어본 게 구좌 당근의 시작입니다. 때마침 도입된 화학비료의 도움으로 땅의 척박함을 극복하면서 차차 당근 주산지로 거듭났죠. 


삼촌은 화학비료 없이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지요?

저는 ‘녹비’를 사용하죠. 유채나 콩 등을 지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종류의 풀을 거름풀이라고 하는데요, 이 거름풀을 심었다가 갈아엎는 작업을 몇 년 정도 반복하면 척박했던 땅에서도 작물이 잘 자랍니다. 시간이 좀 걸리죠. 한 5년은 기다려야 해요. 하지만 한 번 땅이 회복되고 나면, 이후부터는 화학비료를 쓴 땅과 수확량과 작물의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요. 농약이나 제초제를 치지 않으니 밭에서 바로 뜯어 먹을 수 있고, 껍질까지 버릴 게 없으니 이득이죠. 


당근 다음으로 대표적인 건 비자림인 것 같아요. 

비자림 하면 슬픈 이야기가 두 개 있죠. 하나는 비자나무를 부르는 옛 제주말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잎사귀가 아닐 ‘비(非)’를 닮아서 비자나무로 부른다고 알고 있죠? 이 말은 곧 한자를 아는 사람이 들어와서 붙인 이름이라는 거예요. 기록을 보면 고려 때 관리가 들어와서 마을의 비자나무를 관리했다고 되어 있어요. 이전에 마을 사람들은 비자나무를 뭐라고 불렀을지 그게 궁금해요. 원어가 사라진 게 그렇게 섭섭하더라고요. 또 하나는, 비자림의 정식 명칭이 ‘평대리 비자나무 숲’이거든요. 고려 때부터 관리가 있었다고 했잖아요. 비자나무 열매를 진상품으로 가져갔는데, 열매를 줍고 씻어서 건조하는 그 노동을 누가 했겠어요? 평대 사람들이 했지요. 장부에 나무가 몇 그루인데 그중 하나가 죽었다? 마을 사람들이 고초를 겪었고요. 숲이 마을에 속해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열매 맛도 보지 못했다고 해요. 누가 마을에 놀러오면 그런 이야기들을 해줍니다. 


마을참견_평대리
비자림 입구. 한자로 기록되기 전 비자나무를 부르던 제주말은 남아 있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낸다.

마을 여행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또 있을까요?

여행은 스마트폰 보면서 맛집 찾아다니는 것 말고, 그 지역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마을에선 이 계절에 뭘 하는지, 지금 저 밭에 심은 건 뭔지, 이런 걸 물어보고 들어야 진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당근 이파리가 얼마나 예쁜지 알아요? 그것도 다 먹는 거예요. 옛날에 파슬리가 비쌀 때는 당근 잎을 말렸다가 갈아 썼다니까요. 이런 정보를 알려면 현지 사람들과 섞여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평대의 여름은 아름답지만, 마을 사람들은 굉장히 바쁜 시기예요. 12월에 당근 수확하려면 지금 부지런히 밭 갈고 씨 뿌려두어야 하거든요. 길 가다 누군가와 마주치면 괜히 말을 걸어보라고 추천하는 편인데, 요즘 같은 때는 마을 분들이 바쁠 수 있다는 것 기억해두세요.


마을참견_평대리
한태호 삼촌 따라 당근 파종 중인 평대리 한 바퀴
마을참견_평대리
마을참견_평대리

장 구경 다음은 밭 구경이더라 

삼촌의 말대로 늦여름 평대 마을은 한창 파종 중이라, 마을 올레를 걷다 보면 사이사이 검붉은 흙에 곱게 머리 빗듯 고랑을 내 놓은 밭을 쉽게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가 흙을 관찰해보면 더욱 좋다. 에둘러 말하면 물이 잘 빠지고, 있는 그대로 말하면 척박하기 그지없는, 구좌 지역의 화산회토다. 한라산이 폭발할 때 불어온 서풍을 타고 구좌 지역에 내려앉은 화산재가 현재까지 남아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지천에 널린 흙도 왠지 범상치 않게 느껴진다. 올레를 걷다 마을 사람들을 만난다면 한번쯤 말을 걸어봐도 좋겠다. 당근즙을 짜고 남은 찌꺼기는 쌀가루와 1:1로 섞어 전을 부치면 색도 곱고 맛도 좋다든지, 로컬만 아는 특별한 팁을 전수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당근쌀전 레시피는 한태호 삼촌의 것이다. 


마을참견_평대리

비자림에서 동쪽 일출을

삼촌은 비자림을 꼭 새벽에 방문하라고 말한다. 동쪽 마을을 제대로 누리려면 새벽의 해 뜰 무렵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여름에는 오전 6시경 비자림을 방문하면 비자나무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을 만끽할 수 있다. 전부 다 돌아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으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걷는 것을 추천한다. 


마을참견_평대리

 작고 완벽한 돝오름 산책

비자림 뒤편에 위치해 함께 돌기 좋은 작고 완벽한 오름이다. 경사가 완만해 쉬엄쉬엄 올라가면 금세 정상으로, 구좌 지역은 물론 남쪽으로는 멀리 표선까지 시원하게 보인다. 숲길이라 여름 뙤약볕도 문제없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랑쉬오름의 명성에 가려져 있어 찾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도 여름 같은 성수기에는 오히려 장점이다.


마을참견_평대리

오소록하게 평대 해수욕장 즐기기 

삼촌은 성수기일수록 이곳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해안도로에 바로 붙은 자그마한 모래사장으로, 주차장이 매우 협소해 성수기에도 관광객이 많지 않다. 세화나 월정 해수욕장처럼 북적이는 분위기를 피해 고즈넉하게 쉬고 싶다면 평대 해수욕장을 찾아볼 것. 


마을참견_평대리

시원한 바다의 맛, 평대성게국수

평대 해수욕장에 왔다면 평대 해녀들이 직접 잡아온 해산물로 만든 음식을 맛보아야 한다. 해수욕장 바로 옆 식당으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성게알을 솔솔 뿌려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성게국수다. 국물 아래로 가라앉기 전에 성게알부터 쏙쏙 건져 먹고, 면을 다 먹은 후에는 숟가락으로 그릇의 바닥을 긁어 놓치는 성게알이 없도록 하는 것이 삼촌의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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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정보는 2019-08-23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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