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소원 비는 중산간 마을 <신(神)들의 고향, 송당리>
별점(별점없음)
제주에는 마을마다 신당이 있다. 그중 본향당(本鄕堂)은 마을의 토지와 주민들을 지켜주는 가장 으뜸인 당이다. 제주의 동쪽에 자리한 송당리는 제주의 신(神)들의 고향이라고 불린다. 제주 마을 곳곳을 지키는 신들의 어머니인 '백주또(금백주)'를 모시는 본향당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송당리 본향당은 매우 신성하고 영기가 무척 세다고 알려져있다.
리뷰
0
조회
5,517
SNS 공유 수
1
상세정보확장됨
- 이야기가 있는 제주 마을소원 비는 중산간 마을 <신(神)들의 고향, 송당리>
제주에는 마을마다 신당이 있다. 그중 본향당(本鄕堂)은 마을의 토지와 주민들을 지켜주는 가장 으뜸인 당이다. 제주의 동쪽에 자리한 송당리는 제주의 신(神)들의 고향이라고 불린다. 제주 마을 곳곳을 지키는 신들의 어머니인 '백주또(금백주)'를 모시는 본향당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송당리 본향당은 매우 신성하고 영기가 무척 세다고 알려져있다.




송당 마을 입구에는 하르방 석상과 할망 석상이 나란히 마을을 지키고 있다. 왠지 데면데면해 보이는 이 할망과 하르방에는 그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이 할망과 하르방은 원래는 부부였다고 한다. 할망 석상은 송당 마을을 지키는 신(神)인 백주또(혹은 금백주할망), 하르방 석상은 백주또의 남편이었던 소천국이다. 백주또는 제주에 내려와 송당에서 소천국과 혼인을 했다. 금슬이 어찌나 좋은지, 부부는 슬하에 18명의 아들과 28명의 딸을 두었다.
어느 날 백주또가 소천국에게 밭을 갈라며 점심을 싸서 보냈다. 그런데 밭일하던 소천국에게 지나가던 사람이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청했다. 소천국은 아내가 싸준 점심을 가리키며 먹을 만큼 먹으라고 했다. 이후 밭을 갈던 소천국이 점심 요기를 하려고 보니 밥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배가 고픈 나머지 소천국은 밭을 갈던 소를 잡아먹었다. 그런데도 허기가 가시질 않아 남의 소까지 잡아먹었다. 잠시 뒤 백주또가 점심 그릇을 가지러 가보니 소천국이 소 대신 직접 쟁기를 밀며 밭을 갈고 있었다. 소천국은 혼자 힘으로 밭을 갈만큼 힘이 장사였던 것이다. 깜짝 놀란 백주또가 소의 행방을 묻자 소천국이 사정을 얘기했다.
그녀는 "남의 소까지 잡아먹었으니 도적놈이 되지 않느냐!"고 크게 화를 냈다. 도둑 없는 섬, 제주에서 자신의 남편이 도둑이 되었으니 크게 분노했던 것이다. 요란한 부부싸움 끝에 둘은 헤어졌다. (이 백주또와 소천국의 돌상이 서로 마주 보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가 이것과 관련이 있을까) 이후 소천국은 '알(아랫)송당'으로 가 그곳의 당신(堂神)이 되고, 백주또는 '웃송당'의 당신이 되었다고 한다.
소천국과 백주또 부부가 낳은 46명의 자식들과 손주 78명, 친척 378명까지 모두 제주 마을 곳곳의 당신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해진다. 송당리는 제주를 지키는 많은 신들의 뿌리가 되는 금백주 할망을 모시는 유서 있는 마을이다.

송당리 본향당에서는 아직도 매년 네 번씩 마을제를 지내고 있다. 송당리 마을제는 제주 무형 문화재 5호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의미가 크다. 마을제는 매년 음력 정월 13일, 2월 13일, 7월 13일, 10월 13일에 지낸다. 이 중 정월 13일에 지내는 제가 가장 크다. 이 제는 새해를 맞아 송당리 당신인 백주또에게 설을 고하는 것으로 마을제가 있는 날이면 아침 일찍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구덕'을 지고 본향당으로 모인다. 제주어로 바구니를 뜻하는 구덕에는 백주또에게 바칠 제물이 잔뜩 담겨있다. 마을제가 끝나면 제를 지낸 심방에게 '제비 쌀점'으로 점괘를 받기도 한다.


송당리 마을제는 다른 마을제와 달리 특이한 점이 있다. 제물로 돼지고기를 절대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제를 주관하는 사람들은 며칠 전부터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제주의 다른 지역에서 대부분 돼지고기를 제물로 바치고, 제가 끝난 뒤 돼지고기로 여럿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하는 일반적인 제와는 다르다. 대신 삶은 달걀과 구운 생선, 과일, 떡 등을 제물로 올린다. 또 송당리 마을제의 심방(무당)은 남자만이 할 수 있다. 심방은 마을제에서 당신의 유래를 소리 내어 풀이하는 '본풀이'를 한다. 송당리 마을제는 당신의 힘이 세서 본풀이를 잘못하면 심방이 단명 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한동안 송당리 마을제를 이끄는 심방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송당리는 한라산 정상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중산간 마을이다. 이 마을은 수많은 오름 속에 둘러싸여 있다. 마을에 도착하는 순간 마을을 감싸는 오름이 만들어내는 광경에 마음을 빼앗기기가 쉽다. 이 많은 오름과 오름 사이에는 초원 지대가 형성돼 있는데 이곳에서 말이나 소를 방목한다. 때문에 마을 골목골목을 걷다보면 유독 소나 말을 키우는 집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당오름은 백주또를 모시는 당이 있는 오름이다. 당오름이라는 이름 역시 '당이 있는 오름'이라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오름은 나직하고 둥근 능선이 인상적이다. 송당 마을과 가장 가까운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은 서로 연결돼 있다. 정상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경사가 심한 편이라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두 오름 정상에서 맞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운데 멀리 보이는 한라산은 물론 주변 오름들이 만들어 내는 고운 능선들이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오름과 오름 사이의 푸르게 펼쳐진 초원들과 오름을 빽빽이 감싸고 있는 삼나무 숲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제주 신(神)들의 어머니를 모시는 송당리 본향당에 들러 소원을 빌어보자. 송당 마을에는 사색과 함께 소원을 빌며 걷기 좋은 두 개의 길이 마련되어 있다. 송당리 사무소에서 당오름과 본향당, 소원나무를 지나 안돌오름과 밧돌오름까지 다녀오는 9.8km의 '긴 여행 코스'와 소원나무까지만 걷는 6km의 '짧은 여행 코스'로 취향과 체력에 따라 선택해 걷기 좋다.
걷는 중간 디자인 소품 등으로 눈요기도 하고 쉬어갈 수 있는 카페도 있다. 두 여행 코스 모두 당오름과 본향당을 거치므로 소원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특히 오름으로 가는 길마다 흰색 리본이 묶어져 있어 길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밧돌오름과 안돌오름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능선을 자랑하는 주변의 오름들과 빽빽이 들어앉은 삼나무 숲, 그 속에 들어앉은 송당 마을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추천, 여행 코스
* 짧은 여행 코스(6km) 송당리사무소 - 괭이모루 - 당오름 - 본향당 - 소원나무
* 긴 여행 코스(9.8km) 송당리사무소 - 괭이모루 - 당오름 - 본향당 - 소원나무 - 안돌오름 - 밧돌오름
괭이모루
피톤치드 가득한 작은 오름. '모루'는 제주에서 대체로 작은 언덕이나 오름에 붙는 명칭으로, 여기에 고양이가 앉은 모습과 닮았다고 해 '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름이라기보다 길게 늘어선 낮은 언덕에 가까워 부담 없이 걷기 좋다.
당오름과 송당리 본향당
백주또를 모시는 당이 있는 오름. 가볍게 걷기 좋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본향당에 근처,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걸려있는 동백나무는 겨울이면 붉게 물들어 유난히 아름답다.
움직이려면 클릭 후 드래그 하세요
밧돌오름
송당 마을과 가까이에 자리한 오름. 밧돌오름 꼭대기에 큰 바위와 돌무더기가 있어 '돌오름'이라고도 한다. 경사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금세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안돌오름과 이어져 있어 함께 오르기 좋다.
안돌오름
밧돌오름과 이어져 있는 오름으로, 조선시대에는 두 오름 사이에 돌담으로 경계를 나누었다고 해서 두 오름을 합쳐 '돌오름'이라 부르기도 했다. 정상에 오르면 삼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는 체오름부터 주변의 크고 작은 오름들을 볼 수 있다. 특히 끝없이 펼쳐지는 오름과 오름 사이의 초원지대의 모습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 유의사항
- ※ 위 정보는 2022-03-30 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위 콘텐츠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제주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콘텐츠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