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신비로운
제주탄생의 설화

태초의 세상이 열린 이야기, 개벽신화
오랫동안 세상은 그저 암흑이었습니다. 어둠과 혼돈으로 휩싸인 암흑천지에 개벽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어요.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하늘 머리가 열리고, 을축년 을축월 을축일 을축시에 땅의 머리가 열리며 미세한 금이 생겨났습니다. 금이 점점 벌어지는 동안 땅이 솟아 오르고 물이 흘러내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조금씩 분명해져 갔어요.
이때 하늘에서 푸른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 검은 이슬이 솟아나 서로 합쳐지고 트이면서 만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답니다. 별이 가장 먼저 생겨났대요. 동쪽에 견우성, 서쪽에 직녀성, 남쪽에 노인성, 북쪽에 북두칠성, 중앙에 삼태성이 돋아나자 많은 별들이 속속 돋아 펼쳐지며 하늘 가득 자리를 잡았습니다.
별빛만으로는 아직 어두웠어요. 그저 어두운 채로, 동쪽에선 푸른 구름이, 서쪽에선 하얀 구름이, 남쪽에선 붉은 구름이, 북쪽에선 검은 구름이, 중앙에선 누런 구름이 오락가락했습니다. 어느 순간,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날개를 치고, 인황닭이 꼬리를 쳐 크게 우니, 동방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어요. 이때 하늘에서 천지왕이 두 개의 해와 두 개의 달을 내보내자, 세상이 밝아지며 천지가 활짝 열렸다는군요.

제주섬이 빚어진 이야기, 설문대 전설
옛날 옛적에 몸집이 아주 큰 설문대 할망이 있었답니다. 설문대 할망은 힘 또한 장사였는데, 어느 날 치마폭에 흙을 가득 퍼 날라다 넓디넓은 푸른 바다 한가운데 붓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부지런히 날라다 부었는지 바다 위로 섬의 형체가 만들어졌지요. 저절로 만들어진 오름들이 보기 좋았는지, 설문대는 흙을 집어 섬 여기저기에 오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흙을 너무 많이 집어놓았다 싶은 것은 주먹으로 봉우리를 탁 쳐서 균형을 맞추었습니다. 봉우리가 움푹 파인 오름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랍니다.
드디어 섬 한가운데에 은하수를 만질 수 있을 만큼 높은 산이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한라산이랍니다. 그런데 산이 너무 높아 보였는지, 봉우리를 툭 꺾어 바닷가로 던져버렸습니다. 남서쪽 바닷가로 날아간 그 봉우리는 산방산이 되었답니다.
- 제주신화에서의 '할망'은 '여신'을 일컬음 -

탐라국이 생겨난 이야기, 탐라개국신화
한라산 북녘 기슭 땅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더니 땅 속에서 세 신인이 차례로 솟아났습니다. 세 신인은 거친 산야에서 사냥을 해 가죽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살았답니다.
어느 날 동쪽 바닷가에 커다란 상자 하나가 떠 내려와 머무는 걸 발견하고 달려갔어요. 그것은 자줏빛 흙으로 봉해진 나무상자였습니다. 상자를 여니, 붉은 띠를 두르고 자줏빛 옷을 입은 남자가 새알 모양의 옥함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옥함을 여니 푸른 옷을 입은 아리따운 처녀 셋과 망아지와 송아지, 그리고 오곡의 씨앗이 있었답니다.
상자에서 나온 남자는 "나는 동해 벽랑국 사자입니다. 우리 임금님께서 세 따님을 두셨는데, 삼신인이 솟아 장차 나라를 열고자 하나 배필이 없으니, 모시고 가라해서 왔습니다. 마땅히 배필을 삼으셔서 대업을 이루소서." 말하고는 홀연히 구름을 타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세 신인과 공주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차례로 짝을 정해 혼례를 올린 뒤, 물 좋고 땅이 기름진 곳으로 가 차례로 활을 쏘아 거처할 땅을 정했습니다. 이때부터 오곡의 씨앗을 뿌리고 소와 말을 기르니 날로 백성이 많아지고 풍요로워져 마침내 '탐라국'을 이루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