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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따라 <클린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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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12코스는 제주의 제철 농산물을 만나볼 수 있는 무릉외갓집부터 제주의 에메랄드 바다 빛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생이기정길까지 총 17.5km로 5~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녹남봉, 수월봉, 당산봉까지 세 개의 봉우리를 오르기 때문에 난이도 ‘중’에 해당하는 코스이지만, 자연스럽게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자유로이 헤엄치고 있는 돌고래 떼를 따라 길을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제주에서 경험하고 싶었던 ‘제주스러움’ 몰아보기 무한 가능한 이 길에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새롭고 행복한 일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파란 하늘에 맑은 공기 기분 좋은 제주의 가을을 100% 누릴 수 있는 올레 12코스를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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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길 중 가장 제주스러운, 걷기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올레12코스 가을따라 <클린올레>
올레 12코스는 제주의 제철 농산물을 만나볼 수 있는 무릉외갓집부터 제주의 에메랄드 바다 빛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생이기정길까지 총 17.5km로 5~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녹남봉, 수월봉, 당산봉까지 세 개의 봉우리를 오르기 때문에 난이도 ‘중’에 해당하는 코스이지만, 자연스럽게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자유로이 헤엄치고 있는 돌고래 떼를 따라 길을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제주에서 경험하고 싶었던 ‘제주스러움’ 몰아보기 무한 가능한 이 길에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새롭고 행복한 일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파란 하늘에 맑은 공기 기분 좋은 제주의 가을을 100% 누릴 수 있는 올레 12코스를 걸어보자.
제주 청년 크리에이터 염혜린(@lm__hrin)×장한빛

새벽 6시에 올레길에 나선다. 이른 아침, 오픈 시간이 9시 30분이라서 무릉외갓집의 내부를 둘러볼 수는 없지만 아침 햇살에 둘러싸인 무릉외갓집은 마음을 충만하게 만든다. 포근하게 떨어지는 아침햇살이 출근길 이불 속에서는 죽도록 일어나기 싫지만, 여행길의 아침은 특별하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 가보고 싶었던 곳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왜 인지 속상했던 기억은 없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들에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무릉리에 있는 무릉외갓집은 제주의 제철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마켓이자 제철 농산물을 이용한 메뉴를 만날 수 있는 카페이다. 무릉리를 담은 기다란 갤러리 옆에는 농산물을 활용한 생과일 아이스크림 만들기, 감귤 피클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알찬 공간이다.





“무릉리 농부들에게 농사는 자식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때로는 말을 잘 안 듣고 속을 썩이기는 해도 농부에게 농산물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소중한 분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무릉외갓집의 진심과 정성이 담긴 공간에 있다 보면 그 편안함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지치지 않고 쓰레기를 줍는 방법. 동네에 있는 작은 집들을 수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구나 한 번쯤은 자그마한 동네에 예쁜 집을 지어놓고 평화롭게 오후를 맞이하는 로망을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살아보고 싶은 집, 서로 비슷한 듯 개성이 각자 다른 집과 알 수 없는 건축물들을 곱씹으며 걷다 보면 다음 목적지까지 쉽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걷고 있는 대정은 마늘이 유명하다. 생마늘을 먹으면 속이 얼얼할 만큼 맛이 알싸하다는 게 특징인데, 길을 걷다 보면 이 마늘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긴 여행을 가게 되면 며칠은 숙소에서 푹 쉬는 날을 꼭 가진다.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대충 밥을 먹고 늦은 산책을 하는 하루 말이다. 낯선 먼 나라의 동네를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그들의 일상이 마음의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이 길을 걸을 때 그 산책길이 생각났다. 동네 사람들의 하루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되는 편안한 느낌. 멀기만 한 줄 알았던 경험을 꽤 가까운 곳에서 느꼈다. 손에 들린 쓰레기봉투가 더 뿌듯하고 그들과 같은 공동체로 연결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녹남봉을 내려와 작은 골목길 끝에는 폐교가 나온다. 이 작은 폐교를 도자기 공방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운영하고 있지 않아 내부는 스산하다. 하지만 점프하면 천장에 닿을 것 같은 작은 옛 건물은 정감이 간다.


긴 시간 잘 걷기 위해서는 잘 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녹남봉을 오르고 내리느라 지친 다리에 잠시 쉬는 시간을 주자. 넝쿨나무 밑 무릎 높이의 나무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면 그만큼 달큰한 게 없다. 눈에 담기는 풍경이 전보다 아름답다. 나무에 매달린 작은 그네가 눈에 들어오고 멀리 보이는 모르는 나무에 달린 분홍색 꽃이 화려하다.



마을길이 끝나면 바다가 펼쳐진다. 돌고래들의 집이라고 불릴 정도로 돌고래를 자주 만날 수 있는 장소이다. 돌고래를 볼 수 있는 작은 팁은 돌고래 요트투어를 하는 배가 보인다면, 걸음을 멈추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다.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는 돌고래 떼가 그곳에 있다.



수월봉에서 바람을 맞다가 내려오면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화산체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엉알해안이 나온다. 구불구불 길게 뻗은 길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겹겹이 쌓인 화산체의 단면과 뛰놀고 있는 돌고래들을 세다 보면 어느새 끝에 다다른다.



혹시 신도포구에서 돌고래를 보지 못했다고 속상해하지 말자. 올레길에서 우연함은 연속이다. 길을 나서기 전 돌고래를 보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날 하루는 두 번이나 돌고래를 만났다. 괜히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 같이 뿌듯하다.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새 올레 12코스의 마지막 봉우리인 당산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햇볕에 누워있는 한치가 바람에 살랑거리며 손을 흔든다. 차귀도 하면 배낚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넣기만 하면 술술 잡히는 고등어에 시선을 두느라 차귀도를 바라본 기억이 없다. 오늘에서야 올레길을 걸으며 신도포구부터 천천히 따라오는 차귀도를 다각도로 보게 된다.




차귀도는 죽도, 와도, 지질이섬과 작은 부속 섬들을 더불어 차귀도라고 한다. 당산봉에 올라서 보는 차귀도는 수월봉에서 바라보는 모습과 다르다. 햇빛을 입은 차귀도는 바다 위 주인공처럼 빛나고 있다. 당산봉을 넘으면 생이기정길이 나온다. 당산봉 끝자락에서 보이는 기다란 생이기정길은 ‘여기는 꼭 소중한 사람과 다시 와야지’라는 마음이 들게 한다. 에메랄드 바다를 옆에 끼고 걸으니, 걸음걸음이 소중하다. 아름다운 것들은 아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듯이 숨은 쓰레기를 더 유심히 보면서 걷게 된다. 차귀도의 뒤편이 훤히 보이는 벤치에 앉아서 잠시 숨을 고르면 ‘많이 걸어왔구나’ 생각이 들며 벅찬 마음도 든다.



조금만 더 걸으니 마지막 스탬프 간세가 보인다. 마음만은 반갑게 뛰어가고 싶다. 꽉 찬 쓰레기봉투를 클린하우스에 배출하면 올레 12코스의 클린올레가 끝난다. 숙소로 들어가 휴식을 가지면서 오늘의 기억을 잘 간직해 두 길 바란다. 당장 눈앞의 것들에 치여서 답답한 마음이 들 때, 오늘의 기억이 멀리 데려다줄 것이다.
- 유의사항
- ※ 위 정보는 2023-10-30 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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