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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투어 마을참견 7 <물 좋은 마을에서 모살뜸 디톡스 변영란·변영희 삼촌의 삼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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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살뜸’은 모래찜질의 제주말이다. 입자 고운 검은 모래와 얼음장처럼 차가운 용천수로 유명한 삼양 마을은 모름지기 여름에 찾아야 한다. 8월 중순까지 한달 남짓, 검은 모살뜸과 냉수욕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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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번째 마을물 좋은 마을에서 모살뜸 디톡스 변영란·변영희 삼촌의 삼양동
‘모살뜸’은 모래찜질의 제주말이다. 입자 고운 검은 모래와 얼음장처럼 차가운 용천수로 유명한 삼양 마을은 모름지기 여름에 찾아야 한다. 8월 중순까지 한달 남짓, 검은 모살뜸과 냉수욕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삼양 마을은 여행자에겐 생소한 이름일지 모른다. 바닷가 마을이지만 협재리나 월정리처럼 눈부신 백사장이 없다. 그러나 이곳 해변을 뒤덮은 검은 모래가 빛을 발하는 때가 있으니 바로 여름이다. 입자가 굵고 거친 여느 검은 모래와는 달리 삼양해수욕장의 모래는 흙처럼 잘고 부드럽다. 차진 모래 덕에 삼양 마을은 예로부터 모살뜸(모래찜질)으로 유명했다. 원래는 여름 금채기를 맞아 물질을 쉬는 해녀들이나 동네 사람들이 소소하게 즐기던 세시풍속이었는데, 이곳의 검은 모래로 찜질하면 아픈 곳이 낫는다는 입소문을 타고 1990년대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삼양해수욕장에는 다른 바다에는 없는 ‘모래찜질사’가 있다. 삼양 마을의 자매 모래찜질사 변영란, 변영희 삼촌에게 마을 대대로 전해오는 문화 유산인 모살뜸과 검은 모래, 용천수에 대해 물었다.

제주에 ‘모래찜질사’라는 직업이 있는 줄 몰랐어요. 어떤 일을 하나요?
변영란(언니) 모래찜질을 하려면 몸을 다 묻어야 하잖아. 혼자는 못 해. 거기다 삼양 모래가 부드럽고 곱거든. 그래서 봉긋하게 쌓기가 어렵지. 몸 위에 모래를 그냥 얹는다고 찜질이 아니거든. 구덩이를 파야 해, 꽤 깊게. 구덩이를 미리 파놓고, 사람이 누우면 모래를 덮고 묻는 거야. 땀을 너무 흘리면 몸에 무리가 가니까 쉬는 동안 머물 수 있게 천막도 쳐 놓지. 이렇게 세 번 찜질하고, 찜질 비용은 1만5000원이야.
두 분은 언제부터 모래찜질사로 일했나요?
변영희(동생) 우리 둘 다 삼양 사람은 아닌데, 언니랑 나랑 같은 동네로 시집을 왔어. 언니가 30년 넘게 하던 걸 내가 이어받았지. 10년 전부터는 영란 언니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 후로는 내가 주로 해.
‘삼양 마을’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모래찜질이잖아요.
동생 그렇지. 검은 모래가 다른 동네랑 다르니까 ‘모살뜸’이 가장 유명하고, 삼양 하면 또 ‘물’이지. 해변 동쪽으로 가다 보면 선착장이 하나 있거든. 시원한 용천수가 올라와서 마을 사람들이 여름 내내 거기서 물놀이하고 그러지.
언니 안타까운 게 용천수 양이 옛날과 같지 않다는 거야. 선착장 말고 용천수 나오는 데가 참 많았어. 특히 모래밭 속에서 용천수 솟는 곳이 10군데가 넘었는데, 요즘은 아예 나오지 않아.

제주는 전체적으로 용천수 양이 줄었다고 하는데, 삼양 마을에도 영향이 있겠네요.
언니 용천수뿐만이 아니야. 모래도 변화하고 있어. 매년 우리가 모래찜질 일하느라 해변의 모래를 파잖아. 예전에는 웬만큼 파면 바닥에 암반이 나왔거든. 더 파고 싶어도 암반 때문에 파지를 못했지만, 요즘은 파도 파도 모래야. 해안에 구조물이 생기면 해류가 바뀌잖아. 해변 동쪽에 발전소가 들어오고 해류가 바뀌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바닷속은 확실히 망가졌어. 발전소가 들어오고 나서 우리 마을은 해녀 수가 확 줄어버렸어.
올해는 모래찜질하는 사람이 많은 편인가요?
언니 몇 년 전부터 모살뜸하러 오는 사람들이 확 줄었어. 그게 너무 속상하네. 예전에는 우리가 이렇게 구덩이를 파 놓으면 30명, 많으면 40명까지 찜질 손님을 받았거든. 나 말고도 모래찜질사가 세 명이나 더 있었어. 네 명이 같이 땅 파고 묻어도 몸이 모자랄 정도였는데, 요즘은 내가 그만두고 동생 혼자서 일하는데, 혼자서도 거뜬히 할 만해. 하루 15명도 안 되거든. 찜질이 정말 몸에 좋은 건데 말이지.
동생 안 해보면 몰라. 해봐야 해. 모래에 온몸을 파묻고 있잖아. 모래가 여름볕에 달궈지면 70℃가 넘어. 그러면 10분도 안 돼서 몸이 후끈후끈해지고 전신에 땀이 나. 그대로 일어나서 바다로 가서 모래를 씻고 오면 피부가 반질반질해지고 몸이 아주 가뿐해. 아토피 같은 데도 찜질이 도움이 돼. 그런 사람들은 맨살에 뜨거운 모래를 대고 있기만 해도 효과 봤어.

모래찜질객이 줄어드는 이유가 있을까요?
언니 옛날 사람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막상 병원엘 가도 못 고치는 병이 많았잖아. 제주 사람들은 검은 모래찜질이 건강에 좋은 건 다 알고 있거든. 병원 의사도 못 고친다 싶으면 삼양 가서 모래찜질해보라고 권하기도 했으니까. 요즘은 의술이 좋아지고, 찜질방처럼 사시사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찜질 손님이 주는 거겠지.
동생 그때는 모살뜸 하는 문화도 달랐어. 치료법이니까 찜질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서로 정성스럽게 했어. 일단 찜질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오기 전에 바다에 음식을 놓고 제사를 지냈어. 아픈 데 낫게 해달라고 비는 거야. 그러고는 일주일씩, 보름씩 삼양 바닷가 근처에 방 얻어 놓고 지내면서 매일 모살뜸했어. 30분 찜질하고 2시간 쉬고, 이렇게 하루 종일 하는 거지. 어떤 사람들은 방도 안 잡았어. 낮에 들어갔던 모래 구덩이에 도로 들어가서 자면 되니까. 검은 모래가 밤에는 꽤 따뜻하거든. 밥은 노상에서 해먹고, 해변에서 만나서 서로 어디가 아픈지 묻고 그랬어. 여기선 다들 금방 친해졌지. 병원 병실에서 사람들이 금방 친해지는 것처럼.
삼양해수욕장에서 모래찜질하고 싶은 이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언니 모살뜸이 여름동안에도 딱 한 달만 할 수 있거든. 7월 15일 전에는 모래가 덜 뜨겁고, 8월 15일을 넘기면 모래 안에 벌레가 극성이라. 한동안 날씨가 오락가락했는데, 요즘은 날씨가 딱 좋잖아. 이럴 때 와야 해. 정성스레 묻어드릴 테니 많이 오세요.(웃음)
동생 모살뜸 말고도 삼양 마을에 좋은 게 많아. 용천수 목욕탕이 있고, 선착장 쪽에서는 낚시를 많이 해. 여름은 한치철이라 사람들이 몰리는데, 일찍 안 가면 자리를 못 잡을 정도야. 원당봉 둘레길도 걸어봐야지. 꼭대기에 올라가면 바다 경치가 아주 좋아. 일주도로변에 있는 접짝뼈국도 맛봐야지.



➊ 삼양 해변 명물, 검은 모살뜸
철 성분을 함유한 삼양해수욕장의 검은 모래는 흰 모래보다 무겁고 훨씬 뜨겁다. 삼양의 검은 모래는 다른 검은 모래 해변의 그것보다 입자가 곱고 부드러워 모래찜질에 딱 맞다. 검은 모살뜸을 즐기기 위해서는 넉넉하게 소요 시간을 3시간 전후로 잡고 일정을 짜야 한다. 변영란, 변영희 삼촌은 한 번에 10~15분가량 3회 이상 찜질할 것을 권하는데, 모래 구덩이에서 뜨거워진 몸이 완전히 식을 때까지 최소 30분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익명의 모래찜질객에 따르면 모래 속에 한 번 들어갈 때마다 몸이 점점 더 가뿐해지는 느낌이라고.

➋ 로컬들의 물놀이터, 가름 선착장
삼양 사람들은 해변보다 이곳 선착장을 좀 더 선호한다. 용천수는 민물인 데다 햇볕에 종일 달궈진 바닷물과는 비교할 수 없게 차기 때문. 실제로 잠시 발을 넣었다 뺐는데, 한동안 얼얼할 정도로 물이 찼다. 로컬 사이에 섞여 용천수욕을 즐겨보자. 단, 모래찜질 중 몸을 식힐 때는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용천수에 바로 뛰어드는 일은 삼가도록 한다. 비교적 온도가 높은 바닷물에서 몸을 식힌 뒤 이용할 것.

➌ 1500원의 행복, 마을 용천수 목욕탕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냉장고에 들어간 듯한 냉기를 경험할 수 있다. 삼양1동 마을에서 용천수 터에 벽을 쌓고 지붕을 덮어 목욕탕을 만들었다. 타일로 덮인 깔끔한 용천수 탕과 거울, 샤워기가 있어 진짜 목욕탕에 온 듯한 느낌이 난다. 공간이 멋진 것은 물론 가격에서 다시금 놀랄 수밖에 없는데, 목욕 요금이 1500원이다. 햇볕이 너무 뜨거울 때는 여기 들러 그늘 아래서 용천수의 냉기와 함께 망중한을 즐겨도 좋겠다.

➍ 고즈넉한 오름 산책, 원당봉 둘레길
원당봉은 삼양해수욕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낮은 오름이다. 차를 타고 중턱까지 올라간 뒤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코스다. 나무그늘이 우거진 숲길이라 쨍쨍한 날에도 걷기 좋다. 정상에서 보이는 삼양 바다 풍경이 마음마저 시원하게 식혀준다.

➎ 제주 스타일 여름 보신, 화성식당 접짝뼈국
디톡스에는 ‘보신’이 필수다. 찜질 후에는 식사를 잘 챙겨 기력이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보신 음식으로 접짝뼈국만한 것이 없다. 돼지 갈비뼈를 푹 고아 육수를 내고 메밀을 풀어 걸쭉하게 만든 국으로, 제주에 왔다면 꼭 먹어보아야 할 별미다. 변영란, 변영희 삼촌 가족의 오랜 단골집인 삼양동 화성식당은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주소 제주시 일주동로 383 / 전화 064-755-0285 / 접짝뼈국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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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정보는 2022-11-16 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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