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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투어 마을참견 4 <시사만화 황우럭의 고향, 강창욱 삼촌이 말하는 한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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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 '고바우 영감'이 있다면 제주에는 '황우럭'이 있다. 고바우 영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1만 회 연재 기록을 가진 시사만화 황우럭의 고장, 한림 마을로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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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마을시사만화 황우럭의 고향, 강창욱 삼촌이 말하는 한림리
시사만화를 이야기할 때 육지에 ‘고바우 영감’이 있다면 제주에는 ‘황우럭’이 있다. 고바우 영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1만 회 연재 기록을 가진 ‘고전’ 황우럭의 고장, 한림리 마을로 떠나본다.
한림매일시장을 옆에 끼고 한림중앙로와 한림로, 명랑로가 만나는 사거리는 한림 읍내에서 가장 북적이는 중심부다. 거기서 한림천을 따라 명랑로를 100m가량 올라오면 골목 안쪽으로 흰 벽에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주택이 보인다. 1968년 제주신문(현 제주일보)에 연재를 시작해 2012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연재 1만 회를 달성한 제주의 시사만화가 양병윤 화백의 옛 집이다. 양 화백이 작고한 뒤 마을에서 고쳐 ‘황우럭만화카페’로 꾸몄다. 황우럭은 눈 감는 날까지 만화를 연재한 양 화백이 평생을 함께한 만화 캐릭터의 이름으로, 한림 앞바다에서 가장 많이 나는 생선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고향의 맛이기도 하다.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으로는 양 화백 못지않다는 이가 있다. 황우럭만화카페의 기획자이자 한림2리 주민자치위원장인 강창욱 삼촌이다. 마을의 숨은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는 일을 맡고 있는 삼촌에게 ‘황우럭을 키운 팔 할’인 한림 마을에 대해 물었다.

한림리는 어떤 마을인가요?
한림항과 매일시장이 있는 한림읍의 중심이지요. 제주의 읍내 가운데서도 규모가 상당해 한림읍과 경계를 맞댄 애월읍과 한경면 사람들은 모두 일을 볼 때 한림 읍내로 옵니다. 원래 한림리는 이보다 조금 윗마을인 대림리에서 분리됐어요. 땅이 모래여서 사람이 내려와 산 지는 260여 년밖에 안 됐어요. 마을이 크게 성장한 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입니다. 일제가 항구를 개발하며 땅을 매립했어요. 그 후 항구를 중심으로 공장이 생기고 오일장이 열렸지요. 한림항 근처에 지금도 ‘수원철공소’가 있어요. 선박의 스크루를 수리하던 공장인데, 간판에 보면 ‘1927 도창업 1호’라 쓰여 있어요. 박물관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내부가 멋졌는데, 2016년 화재로 이제는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그 밖에도 마을을 걷다 보면 오래된 근대건축물이 종종 보일 거예요.
100년 사이에 급격히 성장한 지역이네요.
그렇죠. 지정학적으로 보면 한림항은 앞에 비양도가 있잖아요. 북서풍을 막아줘서 상당히 안정적인 항구예요. 중국과도 가깝죠. 그래서 일본인들이 제주의 다른 어떤 항보다 한림항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지역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오일장 위치가 네 번이나 변경된 데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장 규모나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니 원래 장이 서던 부지가 좁아져 계속 옮겨다닌 거지요.

‘황우럭만화카페’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한림리는 읍의 상업·행정 중심지이긴 하나 촌이라 문화 시설이 거의 없어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문화 공간에 대해 고민하던 차, 만화가협회 소속인 위원이 양병윤 선생님 이야기를 꺼냈어요. 시사만화를 50여 년에 걸쳐 1만 회나 연재하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런 분이 마을 출신이니 황우럭을 콘텐츠 삼아 공간을 한 번 만들어보자 했지요. 공교롭게도 선생님을 만나 유년 시절을 보낸 이 집을 활용하자고 이야기를 나눈 그날 선생님께서 눈을 감으셨어요. 직접 후학을 양성한다는 선생님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2016년부터 만화 수업을 진행 중이에요. 만화 인문학 등 강좌나 공연 역시 때때로 엽니다.
양병윤 선생님은 어떤 분이었나요?
선생님은 한림에서 태어나 한림초, 한림중, 한림공고를 나왔는데, 저도 같습니다. 총동창회 행사에 늘 참석하셔서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는 사이였지요. 주변에서는 성미가 괴팍하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매일매일 마감에 맞춰 풍자와 만평을 동시에 담은 시사만화를 한 편씩 그려야 하니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을 거예요. 하지만 아랫사람들에게는 다정한 분이었습니다. 후배들을 잘 챙기던 인간적인 면모가 기억에 남아요. 또 선생님은 고향 생각이 각별했어요. 생전 찍은 사진 가운데 비양도를 배경으로 한 것이 있는데, 그 사진을 가장 좋아하셨어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만화카페와 함께 시사만화거리도 조성했지요?
황우럭 만화와 그 캐릭터들을 골목 곳곳에 배치했어요. 벽에 만화나 그림을 부착하거나 커다란 사이즈의 캐릭터를 길에 세워두기도 했어요. 사실 만화거리가 아니라도 걸어보면 좋은 길이에요. 마을의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올레거든요. 만화거리를 조성할 때도 돌담이나 길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던 큰 읍내에도 옛 골목이 남아 있네요.
대로변은 그렇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골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어요. 어릴 때 친구들과 공차고 놀던 그대로죠. 유년 시절 마을 풍경과 많이 달라진 건 한림천이에요. 지금은 옹벽을 만들어놓았는데, 옛날에는 그냥 천변이었어요. 들어가서 목욕하고, 나무로 칼 만들어서 칼싸움하고…. 한림중앙상가가 들어선 땅은 한림천이 바다와 만나는 부분을 복개한 거예요. 거기서부터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쪽이 전부 바닷가라 거기서 수영했어요. 변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복잡하기도 해요. 예전에는 그게 다 발전이고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고 믿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단순히 옛것에 대한 향수는 아니고요. 자연을 이렇게 훼손하면서까지 이루어야 하는 게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마지막으로 마을 자랑을 부탁드려요.
우리 한림은 외지 인구 비율이 높아요. 일자리가 많고 인심이 좋아서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정착하기 좋은 곳이었죠. 특히 호남 사람들이 제주에 들어올 때 가장 먼저 정착한 곳이 한림이었어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은 다음에 식구들을 데려오고, 그렇게 정착해 자수성가한 인구가 꽤 되죠. 왜인지는 모르지만 외지 사람들은 한림에 들어와서 돈을 잘 버는데, 토박이들은 그러질 못하더라고요.(웃음) 또 전통적으로 야성이 강한 마을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 선거에 나왔던 때가 1971년이죠. 그때 제주에서 송당리 다음으로 DJ 표가 많이 나온 곳이 한림리입니다. 호남 인구 영향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어요. 어쩌면 항구 마을의 특징이 아닌가 해요. 새로운 것이 늘 드나드는 곳이라 생겨난.


➊ 황우럭 따라 걷는 고즈넉한 마을 올레
한때 신문 시사만화는 사회·정치 기사와 함께 열독율이 가장 높은 코너였지만, 디지털 세대에게 황우럭은 낯설 테다. 그래도 마을 여행에는 문제없다. 황우럭만화카페에 들러 안내 책자를 얻은 뒤 바로 옆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된다. 다정한 돌담길 사이로 황우럭 만화 캐릭터들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위치상으로는 큰 상점이며 프랜차이즈 가게가 즐비한 마을 중심부에서 1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읍내 한복판이지만, 한적한 골목은 예스러운 정취가 그득하다.
주소 제주시 한림읍 내동남길 7-3 전화 064-796-7020




➋ 읍내 걸으멍 숨은 근대건축물 찾기
한림 읍내는 곳곳에 근대건축물이 숨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에 건축한 옛 건물 가운데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있다. 한림여관은 일본인이 주로 묵던 여관으로, 4·3 때 경찰이 숙박하다 무장대의 습격을 받은 역사적 장소다. 수원철공소는 2016년 화재로 소실됐지만 철거를 진행하지 않아 건물 골조와 간판은 여전히 확인할 수 있다. 한림성당은 1950년대 임피제 신부가 부임하며 돌집 양식으로 지었다. 도로 증축 과정에서 일부 허물어 현재는 종탑만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한림매일시장 통로를 따라 깊숙이 걸어 들어오면 범상치 않은 돌 건물이 하나 나타나는데, 1950년대에 지은 옛 오일장터다.

➌ 한림항에서 한림매일시장까지 항구X읍내
한림읍의 중심, 읍내의 활기를 느끼고 싶다면 항구에서 시작해 한림매일시장 방향으로 걷는다. 제주 서부 지역 최대 어항이라 할 수 있는 한림항은 일몰이 특히 아름답다. 항구를 배경으로 비양도 너머로 노을이 붉게 물든다. 오래된 양장점, 방앗간, 잡화점 등이 오밀조밀 자리잡은 시장은 빈티지한 맛이 있다. 순대와 족발, 옛날 통닭 등 시장 먹거리에 도전해도 좋겠다.

➍ 그 성에 얽힌 슬픈 사연, 명월성 산책
명월성은 엄밀히 말하면 한림리 옆 동명리에 속한다. 하지만 한림리와도 연이 깊은데, 강창욱 삼촌에 따르면 해방 후에 한림항을 확장할 때 명월성의 돌을 가져다 썼다고 한다. 일제가 제주항을 지을 때 제주성 돌을 활용한 걸 보고 따라한 탓에 귀한 문화재를 잃었다. 현재는 성의 일부를 복원했는데, 복잡한 읍내에서 벗어나 숨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면 들러보자. 성벽의 정자에서는 한림항과 한림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주소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 2237

➎ 간짬뽕의 고향에서 맛보는 원조 간짬뽕
한림의 중국집은 대충 골라 들어가도 수준 이상이라고 한다. 대개 1950년대 무렵부터 한림에 정착한 화교들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곳인데, 긴 역사만큼 깊이 있는 맛을 보여준다. 그중 토박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은 ‘도원춘’과 ‘보영반점’이다. 보영반점은 제주 전역의 중국집에서 발견되는 로컬 중식 메뉴 ‘간짬뽕’의 원조 집으로, 1대 주인장과 아들이 개발했다. 불맛 입힌 화끈한 매운맛이 중독성 있다.
주소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692-1 전화 064-796-2042
- 유의사항
- ※ 위 정보는 2022-11-15 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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