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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같은 여행에서 만나는 <제주 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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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을 맞추지 않고 맞이하는 늦은 아침. 정해진 스케줄 없이 그날 마음 가는 대로 향하기. 이름난 맛집보단 어쩌다 발견한 식당. 더 깊숙이 골목을 파고들며 낯선 마을을 나만의 아지트로 만들기. 살아보는 여행을 빛나게 하는 것은 느슨한 일정 속 우연이 아닐까? 운 좋게 여행 날짜와 때가 맞은 전시를 감상하는 것도 그중 하나. 처음 접해보는 작가, 생소한 분야일지 몰라도 발을 성큼 내디뎌보자. 선물처럼 만나는 전시는 제주를 넘어 더 넓은 세상, 그리고 나도 알지 못했던 나를 여행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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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같은 여행에서 만나는<제주 문화공간>
알람을 맞추지 않고 맞이하는 늦은 아침. 정해진 스케줄 없이 그날 마음 가는 대로 향하기. 검색해서 찾아가는 이름난 맛집보단 어쩌다 발견한 식당에서 먹는 한끼. 더 깊숙이 골목을 파고들며 낯선 마을을 나만의 아지트로 만들기. 살아보는 여행을 빛나게 하는 것은 느슨한 일정 속 우연이 아닐까? 운 좋게 여행 날짜와 때가 맞은 전시를 감상하는 것도 그중 하나. 처음 접해보는 작가, 생소한 분야일지 몰라도 발을 성큼 내디뎌보자. 선물처럼 만나는 전시는 제주를 넘어 더 넓은 세상, 그리고 나도 알지 못했던 나를 여행하게 해줄 것이다. 때마다 색다른 내용으로 채워지는 제주 문화공간을 소개한다.
감저는 제주어로 고구마를 뜻한다. 아버지가 운영했던 고구마 전분 공장에 다시 불을 밝혀, 카페와 사진창고로 탈바꿈했다. 공장의 첫 삽을 뜬 1964년부터 값싼 전분들이 수입되며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던 1989년까지, 이곳은 대정 지역의 경제를 일구었다. 60대 이상 대정 주민이라면 이 공장을 한번씩 거쳤고, 이 터에 기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마을 전체의 추억을 간직하고, 그 추억 안에서 사람들이 편히 쉬었다 가는 장소를 지향하는 곳. 사진창고에도 기억과 시간을 포착한 작품들로 채워진다. 제주의 또는 제주를 사랑하는 사진가를 위한 전시공간인 만큼, 아마추어 작가에게도 열려있다.
전분 공장 기계실을 보존한 감저 팩토리. 한창 공장이 분주히 돌아가던 그 시절 순간에 멈춘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내부 시설도 이색적이지만, 둘러싼 건물에도 주목해보자. 근대 제주의 고유 건축양식이자 지금은 흔치 않은 돌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은 기계 장치 소품들로 구석구석을 꾸민 카페에서는 ‘감저 시그니처’를 맛볼 수 있다. 쌉쌀한 커피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고구마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 이 터에 깃든 고단했던 시간과 지친 여행을 토닥여줄 것이다.
한라산 끝자락 영평길, 감귤농장을 그대로 살려 만든 갤러리2 중선농원. 덕분에 덩그러니 우뚝 솟아있지 않고, 귤 나무가 슬그머니 자리를 내어준 듯 귤 밭 풍경에 어우러져 있다. 감귤을 보관하던 큰 창고는 갤러리2, 작은 창고는 카페, 농기구를 보관하던 곳간은 도서관 ‘청신재’, 거주 공간은 작가들의 레지던시 ‘태려장’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이 중 핵심 공간인 갤러리2는 문화 기회가 부족한 제주에 좋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제주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중견 작가들의 개인전이 주로 이루어진다. 또, 평론가, 큐레이터 등과 함께 제주 작가를 선정해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청신재는 인문학과 예술에 관한 서적이 모여있는 도서관이다. 딱딱한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취향이 듬뿍 담긴 서재에 초대받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슬며시 들어오는 햇빛을 조명 삼아, 눈길을 잡아 끄는 책을 꺼내 뒤적거려보자. 뜻밖의 페이지, 예상 못 한 문장에서 영감을 얻을지 모른다. 또, 작은 귤 창고였던 카페 ‘커피템플’은 2016년 한국내셔널 바리스타 챔피언십 챔피언 수상자가 운영하는 곳으로, 그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구석구석 들여다보았다면 이곳에서 여운을 만끽해보자. 습관처럼 마시던 커피 한 잔이지만, 보통 때와는 사뭇 다른 하루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양! 이수꽈?” 제주의 골목길, 어느 대문 앞에서 외치는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양’은 제주에서 상대방에게 말을 걸 때 쓰는 표현이다. 거로마을에서 끊임없이 말을 건네고 있는 문화공간 양. 원래 이곳은 문화공간 양을 운영하는 관장님의 외갓집이었다. 제주 전통 가옥의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안거리는 사무실, 밖거리와 통시는 전시실로 사용하고 있다. 또, 우영밭에는 고양이들과 함께 여전히 하귤과 석류가 자리를 지키고, 작은 창고는 할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책들로 가득 찬 세미나실로 쓰인다. 하지만 그저 순탄히 이 모습을 이어온 것은 아니다. 4.3때 거로마을은 완전히 불에 타고 무너졌다. 지금의 모습은 마을 사람들이 돌아와 애정 어린 손길로 차근차근 지어 되찾은 것이다.
문화공간 양은 고착된 물리적 공간보다는 거로마을의 과거라는 날줄과 현재의 씨줄이 교차하는 장에 가깝다.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시간을 확인하러 찾았던 마을에 유일했던 시계는 아직도 안거리 거실을 지키고 있고, 주민들이 목욕하던 큰 욕조, 일이 끝나면 모여들어 회포를 풀었던 마당도 여전하다. 하지만 단순히 옛 모습을 지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이어나가고 새롭게 바라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거로마을의 기억을 기록하는 기획과 더불어 동네 주민들이 예술을 가깝게 느끼고, 예술을 매개로 사유하고 관계 맺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또, 전시로는 제주의 색을 담거나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곳에서 작품을 통해 작가와 함께 호흡하고 교감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중섭 거리와 매일올레시장 입구 사이, 예술과 복작복작 사람들의 에너지가 만나는 지점. 서귀포 지역에 문화를 충전하는 서귀포 문화빳데리충전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음악, 무용, 연극, 퍼포먼스, 마임, 미디어, 마술, 문학, 라이브 페인팅 등의 다채로운 공연과 회화, 조각, 공예, 영상, 사진, 설치미술 등의 시각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연, 실험적인 전시가 이곳의 특징이다.



흔치 않은 서귀포의 문화공간으로서 핵심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서귀포 문화빳데리충전소. 모두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을 지향하며 지역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운영되고 있다. 비밀스럽게 숨어있는 지하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공간 전체가 무대인 듯이 자유롭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 편에는 제주 전역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 자료가 한데 모아져 있어 쉽게 관련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매달 사고의 틀을 깨는 색다른 전시와 개성 넘치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펼쳐지니, 싱거운 일상에 꿈틀거리는 자극이 필요하다면 방문해보자. 이번 제주 여행은 취향의 지평이 넓어진 계기로 기억될 것이다.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예술공간 이아. ‘이아’라는 이름은 건물이 자리잡은 터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에 제주목 ‘이아(貳衙)’가 있던 곳이다. 일제를 거치며 이 위에는 자혜의원이 세워졌고, 광복 후에도 도립병원, 제주의료원, 제주대학교병원 등 의료기관으로 이어졌다. 제주대학교병원이 자리를 옮긴 후,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현재의 이아가 탄생했다. 제주의 중심에서 백성들의 삶, 환자들의 건강을 살피던 장소가 이제는 빛 바랬던 원도심을, 시민들의 일상을 예술로 치유하고 있다.
이아는 평면, 입체, 영상, 설치 등 시각예술 전반을 접할 수 있는 갤러리,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와 아트랩, 다양한 문화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창의교육실과 연습실,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들이 갖춰진 예술자료실, 편안한 작업실 같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또, 독특한 구성과 독창적인 주제를 담은 책들을 파는 독립서점까지 곧 더해져, 더욱 다채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아를 다 둘러보았다면, 주변 산책을 나서보자. 제각각 다른 매력의 갤러리, 공방과 카페들, 제주 역사의 숨결 관덕정과 제주향교, 사람 냄새 나는 동문시장…. 풍성한 볼거리로 빼곡한 제주의 원도심이 기다리고 있다.
- 유의사항
- ※ 위 정보는 2018-08-28 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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