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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해 문을 연 제주한면가는 제주 향토 면요리와 돼지고기 요리를 판매하는 곳이다. 제주 동북쪽 조천읍 선흘리 한적한 도로 옆, 나즈막하게 자리한 모습이 마음 편안한 외관이다.
한국의 '한'을 가게 상호에 붙였을 만큼 이곳에서는 한국과 제주의 정체성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 돌과 나무로 지어 주변 풍경과 어울리는 집은 기본, 제주에서 대문 삼아 설치하는 정낭으로 대문을 삼고, 조선시대 한양 국숫집이 영업 개시를 알리던 파란 깃발을 OPEN 표식으로 삼았다.
대문을 지나면 사군자(四君子)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조성한 작은 정원이 이어진다. 제주의 작은 정원이라는 뜻으로 '제주소원(濟州所願)'이라 이름 붙인 이곳은 작으나마 아늑하고 호젓해서 식사 전후로 쉬어가기에 좋다. 정원에는 귀여운 백구와 고양이도 산다.
가게로 들어서면 식권 자판기가 먼저 눈에 띈다. 음식이나 식기를 만드는 손으로 돈을 만지지 않기 위한 지혜이자 배려다. 돔베국수, 고기국수, 보말 비빔국수가 전부인 메뉴는 간단하다. 거기에 1/2양 메뉴나 세트 메뉴가 구성되어 있어 경제적인 선택을 돕는다. 돼지고기와 궁합 좋은 제주 위트 에일 등 수제 맥주들도 좋은 선택이다.
가게 내부는 아담하고 실속 있다. 바 좌석이 많기 때문에 혼자 와도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네모 통창 너머로는 지나온 정원의 꽃나무들이 흐드러져 움직이는 액자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오픈형 주방에서는 집중한 얼굴의 셰프가 단정한 복장으로 요리하는 모습이 바로 보인다. 주문을 받자마자 바로 썰어내는 칼 끝에서 야들야들 흔들리다 주저앉는 수육이 보는 것만으로 맛있다.






제주 흑돼지 앞다리살(전지)을 습식숙성해 만드는 돔베고기의 경우 제주 전통 방식을 따라 차게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돼지 잡내가 전혀 나지 않으며, 쫀득함과 부드러움, 고소함과 단맛, 담백함이 공존하는 맛이다. 천일염과 후추, 그리고 양파 장아찌가 함께 나오는 것도 특이점이다.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소금 후추에 곁들여 먹는 것도 맛있지만, 지나치게 달지 않고 맛난 양파 장아찌를 꼭 맛보길 추천한다.
제주 한면가가 선보이는 고기국수는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오로지 돼지 사골만을 제주 청정 지하수로 장시간 푹 고아 우려낸 덕이다. 주문 시 삶기 시작하는 제주국수의 두꺼운 면발은 질감이 좋고 탱탱하며 깊고 진한 육수와 매력적인 조화를 이룬다. 취향에 따라 통후추가루나 고춧가루를 곁들여 먹을 수 있게 한 것이 독특한데, 모두 제주시 서문시장 방앗간에서 직접 공수한 것이라 한다.
새콤달콤한 보말국수는 한 젓가락 들 때마다 보말이 우수수 쏟아져 나와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환상적인 감칠맛을 자랑한다.
해녀인 셰프의 어머니가 북촌리 앞바다에서 직접 잡은 보말이라 하니 더욱 값지다. 새콤한 맛은 직접 담근 매실식초가 담당하고 있다. 국수류는 주문과 동시에 삶기 때문에, 15분가량 기대 찬 기다림이 필요하다.
제주 한면가에서는 주재료뿐만 아니라 소소한 식재료 하나하나까지 모두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로 만든 것을 고집한다. 서비스로 제공하는 우엉차는 그런 태도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라산 중턱에서 자라는 야생 우엉을 매일 직접 끓여 만드는 정성이 대단하다.
음식을 모두 먹고 나면 그릇 밑에 '초심' '열정' '혼신'과 같은 글자가 떠오른다. 이곳 조천읍 작은 어촌마을에서 태어나, 밤바다를 수놓은 별을 보며 요리사의 꿈을 꾸었다는 한믄승 셰프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각오다. 빈 밑바닥에 그 단어가 떠오를 때마다 손님들은 실감할 것이다. 맛있게 비울 수 있었던 것은 셰프의 그 마음 때문임을 말이다.
버스가 드문드문 다니는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찾아가는 것은 어렵다. 고객들은 주로 택시나 자가용으로 찾아오는 편이다. 오픈 시각인 10:30 전부터 찾아온 차량들이 대문 앞에 줄을 지어 있기 때문에, 서두르는 편이 좋다. 주차장은 따로 없지만 갓길 주차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