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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젖줄, 어머니의 품 <제주 전통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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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 도착한 어느 한적하고 나른한 날의 포구, 눈을 감고 귀를 연다. 그럴리 없지만 분명히 귓속으로 파도가 들어온다. 멀미가 난 것처럼 답답하고 매슥거리던 속을 시원한 파도 소리가 가슴 깊은 곳을 맴돌다 모두 잡아 쓸고 내려간다. 제주 포구의 오후는 고요하며, 또 한편으론 나른하기도 하다. 매여있는 배와, 그 위를 맴돌며 날개 짓 하는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제주의 심장부에서 한라가 도민들을 굽어보며 고고히 서있다면, 포구는 예전부터 도민들과 궂은 일을 함께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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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젖줄, 어머니의 품 ‘제주 전통 포구’바다와의 경계를 허물다 <제주의 전통 포구>
쏴아- 쏴아-
차를 타고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 도착한 어느 한적하고 나른한 날의 포구, 눈을 감고 귀를 연다. 그럴리 없지만 분명히 귓속으로 파도가 들어온다. 멀미가 난 것처럼 답답하고 매슥거리던 속을 시원한 파도 소리가 가슴 깊은 곳을 맴돌다 모두 잡아 쓸고 내려간다.
제주 포구의 오후는 고요하며, 또 한편으론 나른하기도 하다. 매여있는 배와, 그 위를 맴돌며 날개 짓 하는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제주의 심장부에서 한라가 도민들을 굽어보며 고고히 서있다면, 포구는 예전부터 도민들과 궂은 일을 함께 해왔다. 제주는 예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필수 불가결하게 외부와의 교류를 많이 가졌었고, 그 교류의 시작이 포구다. 현대화로 인해 예전만큼의 역할은 거의 못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어민들에겐 생계의 수단이 되며,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이정표가 된다. 포구는 바야흐로 땅과 바다, 그 경계선에 서있었던 나약한 선조들의 선물이 아닐까? 직접 여행하며 제주의 역사 속에서 선물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아가 보자.


자구내 포구는 제주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포구로서, 자구내는 고산평야에서 바다 쪽으로 흐르는 하천을 말한다. 자구내 포구는 하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하여 마을을 형성하였다고 한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마을에 있는 자구내 포구는, 한적하여 사람의 발길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여러 차례 영화 촬영을 했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근처에는 살짝 말린 한치를 구워 파는 노점상들도 종종 보인다. 여유롭게 주변을 구경하다가 일몰 시간이 되면 포구를 찾은 사람들이 내려앉는 해를 찍기 위해 분주하다. 멀리 보이는 차귀도가 거대한 고래의 등 같기도 한데, 그 뒤로 노을이 보랏빛으로 변해가며 해가 기우는 모습은 제주에서도 흔치 않은 절경이다. 절벽에 기대어 놓은 배들은 마치 거친 바닷바람을 피해 어미 새 품에 들어가있는 작은 아기 새들처럼 포근하고 편안해 보인다.

전국 각지에 존재하는 명소는 요일마다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제주의 포구 중에서도 토요일에 가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세화 해변에 위치한 세화 포구다. 이곳엔 토요일 오전 열 한시부터 오후 한시까지 약 두 시간 정도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벨롱장’이라 불리는 장이 열린다. 물론 현재는 제주 해안 이곳 저곳에서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지만, 어쩌면 그 시작은 이곳부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곳에서는 비단 제주 현지인 뿐 아니라, 외지에서 온 이들 역시도 자신들이 팔 수 있는 물건들을 내어 놓아 보고 듣고 먹는 즐거움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물론 이 즐거움은 세화해변의 경치에 비해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있다. 세화해변은 기저를 이루는 현무암층 위에 패사가 쌓여 형성된 해변이다. 해변 면적이 좁아 만조시간에는 해변이 완전히 물에 잠기며, 밀물이 해안도로까지 근접한다.


세화해변은 아직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인적이 드물고 코발트 빛의 바다가 아름답다. 노을이 질 때면 하늘과 바다의 색이 전부 핑크빛으로 물들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예술 그 자체이기 때문에, 북적대거나 소란스러운 것을 싫어하면서도 절경을 보고싶은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여유롭게 제주 해변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머리 좋은 조천, 힘 좋은 대정, 배짱 좋은 중문, 입심 좋은 애월” 오래 전부터 제주도민들 사이에서 제주 각 지역 주민들의 특징으로 일컬어지는 말이다. 제주시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 보면 제주도내 어느 해안 마을처럼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조천 포구를 볼 수 있다.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수많은 애국지사와 사상가를 배출해 낸 곳이기도 하다. 조천은 ‘아침해가 떠오르는 하늘’, ‘뭍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보며 일기를 예측하던 풍향관측소가 있었던 곳’이라는 뜻에서 지명이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마을 어민만이 사용하고 있는 조천포구는 조선시대부터 제주에 유배당한 사람들이 들어오고 뭍을 왕래하는 사신과 조공선들이 활발하게 드나들었던 관문이기도 하다. 또한,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을 운항하는 여객선이 정기적으로 들렀던 곳으로, 제주시 교통의 중심지중 하나였다.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찍 개화되어 선진문물을 빨리 흡수 할 수 있었으며, 이것은 후에 일제에 저항하는 힘과 지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조천의 주민들은 당시 구한말의 수많은 기득권 세력들이 그 이익을 좇아 일제를 받아들였을 때, 일제의 압제 속에서도 꾸준히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과 만세운동을 통해 애국 정신을 이어나갔고 그 어떠한 압박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거북이들이 무리를 이루어 모여 있는지, 아니면 제주에게 허락되지 않은 산들이 작아져서 그 주변을 맴돌고 있는 건지, 맑고 투명한 바닷물 위로 초록빛의 작은 동산들이 여기저기 떠있다. 가까이 가보니 이끼에 덮인 바위가 그 정체를 감추고 사람들의 눈을 현혹한다. 물 속에는 갖가지 바다생물들이 살며 바위에 붙은 이끼 따위를 뜯어 먹고 있다. 어떤 바위에는 거북손이 잔뜩 달라붙어 있는데, 진짜 거북이의 손이 등껍질에서 나온 것처럼 이끼 덮인 바위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제주에는 도보 여행자를 위해 제주 올레 코스를 만들어 두었는데 그 중에도 올레19코스의 도착점이자, 20코스의 시작점이 바로 우리가 살펴볼 김녕서포구다. 예로부터 김녕마을은 포구가 발달되어 있었다. 조선시대 문헌에서도 김녕마을의 포구가 등장하는데, 여러가지 표현들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큰 포구라는 표현으로 기술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선 초기에는 김녕포에 수전소가 설치됐었는데, 이곳엔 전선과 군사들이 주둔해 있었고, 공납품과 진상품이 김녕의 포구를 통하여 운송되었다고 한다. 포구의 하늘은 날씨 따라 다르지만, 구름이 얇게 펼쳐진 날이면 그 풍경에서 눈을 땔 수 없다. 마치 하늘에서 천사의 깃털이 떨어져 내리는 듯하다. 그 밑엔 작게 보이는 풍차들이 바람 따라 서서히 돌아가고 있으며 파도는 잔잔하게 일어,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따듯해 진다.


서귀포 해안의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높은 언덕이 나오고 그 언덕을 오르면 바다가 끝이 보이질 않아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 거기서 조금 더 가다 보면 나오는 곳이 바로 법환포구다. 법환포구는 예전엔 ‘막숙개’라고도 불리었다. ‘막숙개’의 ‘막숙’은 고려 말 ‘목호의 난’때에 최영 장군이 이곳에 막을 치고 군사를 독려하여 목호의 잔당을 섬멸했다는 데서 나왔다. 포구 일대는 이처럼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방호소와 연대가 자리잡기도 하였다. 법환포구에 들어서면 언덕위로 작은 집이 보이는 데 주민의 말을 들어보니 어떤 것을 파는 가게라고 하였다. 문이 닫혀 있었기에 무엇을 파는 곳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언덕 위에서 포구를 바라보며 서 있는 작은 집은 그림같이 예뻐서, 처음 봤을 땐 별장으로 착각했을 정도이다. 거기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은 공중을 날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포구앞에는 작은 바다가 잘 보이는 작고 조용한 카페가 하나 있는데, 카페 주인의 선곡 솜씨가 제법 좋아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주변 경관을 더욱 운치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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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정보는 2022-04-01 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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