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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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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8천 신들은 제주를 고향 삼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1만 8천 신의 어머니는 바로 제주도를 만든 창조신 설문대할망이다. 제주에는 이를 ‘설문대 할망’ 신화로 풀어내고 있고, 제주도 곳곳에는 설문대할망이 남긴 흔적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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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빚어낸 제주의 성스러운 공간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눈을 행복하게 해주는 제주의 자연. 분주함을 피해 여행 온 이의 마음을 비워주려는 듯 바람이 건네는 위로.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하늘. 마치 나를 지켜주는 그 어떤 존재가 제주에 있는 듯하다. 제주가 터전인 이들은 믿고 있다. 저 바다에도, 산속에도, 마을 입구에 자리한 돌과, 심지어 집 부엌 안에도 신이 있다고. 1만 8천 신들이 제주를 고향 삼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1만 8천 신의 어머니는 바로 제주도를 만든 창조신 설문대할망이다. 제주에는 이를 ‘설문대 할망’신화로 풀어내고 있고, 제주도 곳곳에는 설문대할망이 남긴 흔적들이 있다.

제주 창조신화의 재현제주 돌문화공원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제주를 뒤덮은 많고 많은 돌, 그중 우뚝 솟은 돌 중 설문대할망의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은 곳이 없다. 성산일출봉의 등경돌, 바농상지돌(바느질고리돌), 오라동 감투바위돌 등 제주의 돌 하나하나가 설문대 할망의 흔적이다. 이 설문대할망의 이야기를 토대로 조성된 거대한 공원이 제주에 있다. 바로 ‘돌문화공원’이다. 설문대할망과 그의 아들 오백장군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공원 곳곳, 돌로 표현해 전시하고 있다.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돌문화공원은 이 곳을 자세히 둘러보는 방법으로 3개의 코스를 안내하고 있다. 먼저 ‘신화의 정원’이라 불리는 1코스는 하늘연못-돌박물관-두상석 야외전시장-오백장군갤러리-어머니의 방 일대를 도는 코스이다. 아름다운 숲길과 연못, 그리고 신성한 기운마저 맴도는 전시작품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이 코스를 다 도는 데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다음으로는 제주돌문화전시관 인근을 돌아보는 제2코스가 있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제주의 돌문화역사와 돌과 관련된 민간신앙, 동자석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코스이다. 이 코스를 다 도는데 대략 50분이 걸린다.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3코스는 ‘제주전통돌마을’을 테마로 한 코스이다. 제주의 옛 마을을 본떠 지은 세거리 집, 두거리 집, 말 방앗간 등이 있어 제주의 옛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이를 둘러보는 데는 대략 50분 정도가 걸린다. 이 외에도 사진과 영상 등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돌문화공원의 다양한 모습을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다. 돌문화공원에 재현된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이야기는 여느 신화처럼, 신적 능력을 가진 이의 무용담이 아니다. 척박한 제주에서 삶을 일군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지독한 가난 속, 삶을 연명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돌문화공원에 놓인 그 흔적들을 보며, 척박함을 뚫고 더욱 단단해진 제주인들의 삶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대자연이 만든 신화의 기록영실기암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한라산 백록담의 남서쪽 산허리에 위치한 거대한 골짜기. 해발 약 1600미터 고지에 길게 펼쳐진 이 골짜기의 웅장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둘레 약 2km, 계곡 깊이만도 350미터나 된다. 골짜기 주위에 자리 잡은 5000개의 기암들, 그 광경이 마치 석가여래가 설법하던 영산과 흡사해 이 곳을 ‘영실기암’이라 불린다. 이 골짜기 주변을 그윽이 감싸는 안개들은 자연에 신령함을 더한다. 특히 절벽 동쪽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천태만상의 기암괴석들. 자그마치 500개나 된다. 그 모습을 보니 마치 늠름한 장군들이 도열한 장면과도 같다. 이 장관을 바라보고 있으면, 제주에 전해 내려오는 슬픈 신화 한 자락이 뇌리 속 흘러간다.

아들 오백 형제를 거느리고 산 어머니 설문대 할망. 흉년이 들어 자식들이 양식을 구하러 나간 사이, 아들들 먹일 죽을 끓이던 어머니는 그만 죽 속에 빠져 죽고 만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아들들은 허기를 안고 집에 돌아와 맛있게 죽을 먹는다. 그러나, 마지막 죽을 푸다 어머니의 뼈를 발견한 막내아들의 기함. 그 아들은 어머니 고기를 먹은 형들과는 도저히 살 수 없다며 차귀섬으로 가 울다 지쳐 바위가 된다. 남은 형들도 날마다 어머니를 부르며 통곡하다가 바위로 굳어져 버린다. 이것이 바로 오백장군에 얽힌 슬픈 신화이다. 빼어난 절경 덕에 영주십경으로도 꼽히는 영실기암은 오늘도 그 영험한 자태로 오는 이들을 맞이한다. 그 절경에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함성마저 그 안에선 신비롭다. 흐르는 안개에 취한 듯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저 기암들. 왠지 웅웅 거리는 오백 아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저 멀리 날아간 한라산 꼭대기산방산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성산일출봉을 바구니 삼고, 우도를 빨래판 삼아 빨래를 했다는 설문대 할망. 이 거대한 몸집을 감당할 수 있는 의자는 단연 한라산 밖에 없을 것이다. 설문대 할망은 툭하면 한라산에 걸터앉아 물장구를 치며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약간 불편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한라산 꼭대기.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뽑아내 던져버린 꼭대기가 저 멀리 사계리까지 날아가 산방산이 되었다. 놀랍게도 백록담 둘레와 산방산 밑둘레가 딱 일치한다니 이만하면 솔깃한 이야기 아닌가. 이렇듯 재미있는 신화가 얽혀있는 산 ‘산방산’. 머리 속 떠올리는 산의 이미지보다는 다소 작은 395m의 높이지만, 우뚝 솟은 그 모습이 여느 산 못지않게 단단해 보인다. 정상에 분화구도 없이 땅에 얹힌 모습이 마치 거대한 돔 같기도 하다.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이 산방산 남측 150m쯤에는 해식 동굴이 하나 있다. 길이 10여 m, 높이와 너비 5m쯤 되어 보이는 작은 굴이다. 이 굴로 인해 산 이름도 ‘산수의 굴’ 즉, ‘산방(山房)’ 이라는 명칭이 붙여진 것이다. 특히 굴 안에는 불상이 안치되어 있어, 사람들은 이 굴을 ‘산방굴사’라고 불린다. 신기하게도 이 굴의 천장 암벽에서는 사시사철 맑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이 낙숫물은 제주의 여신인 산방덕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암벽으로 이뤄진 이 산에도 여러 식물이 자란다.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풍란, 석곡 등이 바위 위로 생명을 드리우고 있다. 이 암벽식물지대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3년, 암벽식물지대 24만 7935㎡이 천연기념물 제376호로 지정되었다. 물론 산방산 자체도 명승 제77호로 지정되어 그 아름다움을 증명하고 있다.


두런두런 들려오는 형제의 목소리형제섬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사계포구에서 남쪽으로 1.5km, 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우뚝 솟아있는 2개의 섬이 보인다. 마치 우애 깊은 형제처럼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그 모습을 연상시켜 지은 듯 이름 또한 형제섬이다. 신기하게도 썰물 때면 갯바위들이 드러나 방향에 따라 3개에서 8개로도 보이기도 한다. 홀로 보고 있어도 외롭지 않다. 큰 섬은 본 섬, 작은 섬은 옷 섬이라고 불린다. 본 섬에는 작은 모래사장도 있고, 옷 섬은 주상절리층이 멋지게 형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뜨고 지는 해를 뒤로 한 이 두 섬의 배경이 그림같이 아름답기에, 사진 촬영 장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나 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최고의 낚시 포인트로 기억하고 있다.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제주의 곳곳을 어루만지고 달랬던 설문대할망의 손길은 이 섬에도 묻어 있다. 이 섬에도 설문대 할망의 손길이 묻어 있다. 물론 이 섬 앞에서 큰 싸움을 벌이던 두 마리의 용과 관련된 전설로도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에 섬을 빚은 제주 창조신인 설문대 할망의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설문대할망이 한라산 꼭대기를 빼내어 산방산으로 좌정시키는 과정에서 형제섬이 같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때 가파도와 마라도, 물 밑 섬인 파랑도 또한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형제섬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찾아가고 싶어도 탈 수 있는 정기 도항선이 없기 때문에 어선을 따로 빌려야 한다. 그만큼 사람의 웃음소리를 듣기는 어려운 섬이다. 그러나 왠지 서로를 의지하듯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두런두런 형제의 말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왠지 보는 이도 끼어, 저 자연이 건네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동참하고 싶을 뿐이다.


제주창조여신의 허망한 죽음물장오리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한라산, 영실기암과 더불어 3대 성산(聖山)으로 일컬어지는 ‘물장오리’. 말 그대로 성스럽고 영험한 오름이다. 몸과 마음을 가다듬지 않고 함부로 올라 소란을 피우다가는 화를 입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높이 938m에 이르는, 쉽게 오를 수 없는 이 신성함의 중심에는 바로 산정호수가 있다. 물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어 창(밑) 터진 물이라고도 불렸다. 일 년 내내 마르지 않는 이 물속 깊이와 관련해, 제주를 창조한 설문대 할망도 미처 몰라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제주에 가뭄이 극심할 때면 이 호수를 찾아 기우제를 지냈다는 옛 기록도 있는 만큼 이 오름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 곳은 천연기념물 제517호인 동시에, 2009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특이한 지형적 특성을 가진 산지습지로 멸종위기 동물인 매, 솔개, 팔색조, 조롱이를 비로, 물장군, 왕은점표범나비 등 다양한 조류, 곤충이 서식하고 있다. 또한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알려진 산작약과 제주 특산식물인 개족도리, 새끼노루귀 등 180여 종의 관속식물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이렇듯 제주의 창조신화와 자연적 가치가 어우러진 물장오리, 성스러움이 지키고 있는 만큼 그 가치 보존에 모두가 힘써야 할 것이다.


제주 신화를 찾아서  <설문대 할망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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