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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별점(5점만점에 4점)

故김영갑 사진작가는 같은 곳엘 수도 없이 찾아가 끈질긴 기다림 끝에 ‘삽시간의 황홀’을 포착해냈다. 그의 사진은 자칫 우리가 놓칠 뻔한 제주의 참모습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갑의 눈으로 본 제주 여행이 가을에 더 특별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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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의 눈으로 보다마음이 차분해 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제주를 사랑한 사진작가 김영갑의 사진은 어디엔가 쓸쓸함이 묻어있다. 김영갑의 사진과 갤러리, 그리고 두모악을 가을에 가면 좋은 이유가 그것이다. “대자연의 신비와 경외감을 통해 신명과 아름다움을 얻는다.” 김영갑 사진작가가 2004년 펴낸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작가가 제주의 자연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피사체를 향한 뜨거운 애정 덕이었을까? 그의 사진 속 제주는 우리가 아는 제주와 다르다. 그 사이 풍경이 달라져서만은 아니다. 작가는 같은 곳엘 수도 없이 찾아가 끈질긴 기다림 끝에 ‘삽시간의 황홀’을 포착해냈다. 그의 사진은 자칫 우리가 놓칠 뻔한 제주의 참모습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갑의 눈으로 본 제주 여행이 가을에 더 특별해지는 이유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작가의 숨결이 묻어있는 곳김영갑갤러리 두모악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김영갑 사진작가가 살아생전 폐교를 개조해 손수 꾸민 갤러리로,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다. 작가는 1985년 제주에 정착해 루게릭병으로 200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제주에 살며 오직 제주만을 카메라에 담았다. 유해마저 갤러리 정원에 뿌려졌으니 그의 제주 사랑은 영원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건물 내부에도 구석구석에 작가의 숨결이 묻어있는 듯하다. 영상실에서는 실제 그의 음성을 들을 수 있고 작가가 쓰던 카메라와 유품이 그대로 놓여 있는 유품전시실을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볼 수 있다. 햇살이 얌전하게 내려앉은 책상이 무척이나 따스하다. 전시실을 관람한 후에는 갤러리 뒤편에 마련된 무인카페에 앉아 여운을 더 즐기다 가도 좋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작가가 가장 사랑한 오름,용눈이오름


“중산간 광활한 초원에는 눈을 흐리게 하는 색깔이 없다. 귀를 멀게 하는 난잡한 소리도 없다. 코를 막히게 하는 역겨운 냄새도 없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나는 그런 중산간 초원과 오름을 사랑한다.”

-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중에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제주 중산간 중에서도 작가가 가장 좋아했다는 오름, 바로 용눈이오름이다. 용이 누운 자리 같다 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화구가 용의 눈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이라 하니 산세도 용맹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능선이 부드럽고 완만한 데다 느린 걸음으로도 30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작가가 ‘20년이나 찍어도 다 찍지 못했다’는 용눈이오름의 매력은 과연 무언지 김영갑의 눈으로 오름을 올라보자.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둔지봉


“내가 사진에 붙잡아 두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이다. 최고로 황홀한 순간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삽시간의 황홀이다.”

–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중에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비자림 서쪽에 위치한 둔지봉은 용눈이오름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지만 김영갑이 ‘내 영혼을 사로잡아 섬을 홀리게 만든 마력이 숨어있다’고 고백한 오름이다. 그가 루게릭병으로 카메라를 잡지 못하는 동안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 곳이라 말하기도 했다. 오름의 형태나 모양 자체는 투박하지만 작가는 이곳에서 제주의 바람, 비, 안개를 표현하고 싶어 했는데, 그 마음은 사진 작품 ‘구름 언덕’에 고스란히 담겼다. 둔지봉을 찾아, 작가가 말한 ‘삽시간의 황홀’을 찾아보자.


마라도


“바람과의 싸움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이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양새를 살피노라면 마라도가 소중한 이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자그마한 섬에 세상살이에 필요한 지혜들이 무궁무진하게 숨어있는 보배로운 섬이다.”

– 김영갑 <마라도> 중에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을의 순간 <김영갑의 제주, 삽시간의 황홀>


김영갑은 중산간 마을에서 사진을 찍다가도 마음이 갑갑해질 때면 마라도를 찾아 며칠씩 묵곤 했다. 그의 첫 작품집의 제목 또한 ‘마라도’였다. 마라도는 굵직한 명소는 없지만 우리나라 최남단이란 상징성이 큰 섬이다. 최남단 절, 최남단 성당, 최남단 교회, 그리고 최남단 표지석까지 있으니 말이다. 김영갑은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 섬은 아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여행의 목적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섬’이라고 했는데 그의 말을 음미하며 섬의 둘레를 걸어보자. 느리게 걸어도 1~2시간이면 섬 전체를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작은 섬을 천천히 걷다 보면 어디 선가 작가의 마음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의사항
※ 위 정보는 2022-08-12 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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