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작은 섬 속 누리는 힐링 산책 <가파도 여행>

별점(5점만점에 5점)

대지를 어루만지듯 철썩 이는 파도의 음색이 어찌 이리도 보드라울까. 섬 전체가 바다로 둘러싸인 섬 제주의 섬 ‘가파도’. 섬 속의 작은 섬 가파도에서는 모든 것이 음악이 된다. 해안가를 부딪히는 파도, 청보리밭을 스치는 바람, 마을 안을 울리는 주민들의 웃음까지.

  • 리뷰

    2

  • 조회

    10,644

  • SNS 공유 수

    1

상세정보확장됨

푸르른 자연이 연주하는 음악, 위로를 건네다작은 섬 속 누리는 힐링 산책 <가파도 여행>

섬 전체가 바다로 둘러싸인 섬 제주의 섬 ‘가파도’. 섬 속의 작은 섬 가파도에서는 모든 것이 음악이 된다. 해안가를 부딪히는 파도, 청보리밭을 스치는 바람, 마을 안을 울리는 주민들의 웃음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섬의 하모니를 듣다 보면, 거니는 내 발걸음도 박자를 맞추듯 경쾌해진다. 섬에 왔는데 또 섬이라니! 다소 먼 여정이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제주를 느끼려면 ‘섬’만 한 장소도 없다. 섬 안의 울림을 노래 삼아 힐링 산책을 해보고 싶다면 가파도로 가보자. 해안길을 따라 걸어도 4.2㎞, 올레길을 따라 걸어도 4.3㎞,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다. 푸르름에 시선을 두고 거니는 이 길 위, 어느덧 머릿속을 헤집는 상념은 고운 멜로디로 변해있을 것이다.

푸른 힐링의 섬가파도
작은 섬 속 누리는 힐링 산책 <가파도 여행>


가파도는 그야말로 푸르름으로 뒤덮인 힐링의 섬이다. 푸른 파도를 넘어 섬 안으로 들어오면 다시 푸른 청보리가 오가는 이를 에워싼다. 특히 청보리의 생명력이 절정에 이르는 3~5월이면, 그 싱그러움은 배가 된다. 가파도에 나있는 올레길 10-1코스를 따라 찬찬히 거니다 보면 지나게 되는 마을길. 이 길이 바로 청보리 사이를 맘껏 거닐 수 있는 힐링 핫플레이스다. 자그마치 18만 평의 땅을 뒤덮은 청보리들이 너울너울 흔들리며 춤을 추는 광경에 마음속 저절로 웃음이 새어간다. 세상은 사람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레드카펫을 깐다던데.

하지만 이 청보리밭은 사람 주위를 둘러싸고 그린카펫을 깐다. 자연 속 고요히 묻어날 수밖에 없는 존재에 대한 교훈을 주듯이. 세상 속 외로웠던 이를 포근히 감싸듯이. 너른 푸르름에 눈이 부실 즈음이면 나타나는 가파초등학교. 이상스레 형형색색 그림이 그려진 이 학교의 건물은 자연에 빗대어 전혀 이질감이 없다. 전교생이 10여 명 남짓한 이 학교는 아이들에겐 배움의 장이자 유일한 놀이터이다. 가파도 아이들의 터전인 교정을 거닐며 어릴 적 추억을 되돌려 보자. 마음을 어지럽혔던 세속의 문제들마저 고운 웃음에 씻기어 내려갈 것이다.


가파도 주민들의 애환 녹이는 따스함불턱
작은 섬 속 누리는 힐링 산책 <가파도 여행>


청보리밭 사잇길을 넘어 가파도 동편 해안으로 가보자. 이 곳에는 가파도 주민들의 옛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러 볼거리들이 넘쳐난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 만큼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파도. 이 곳에도 제주의 상징인 ‘해녀’가 있다. 이 해녀들이 함께 모여 공동체 의식을 나누던 ‘불턱’이 가파도에도 있다. 불턱은 해녀들이 사용하는 일종의 탈의실 겸 불을 쬐며 쉬는 곳이다. 넘실거리는 바다를 뒤로하고, 돌로 담을 쌓아 만들어 놓은 불턱을 들여다보면 마치 옹기종기 모여 삶의 애환을 나누는 해녀들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뿐일까. 바다로 물질 나간 아내들을 기다리며, 열심히 불을 피우고 있을 남편들의 화톳불 같은 애정 또한 뭉실 피어오른다. 우리네 삶이 매섭고 고되더라도 ‘작은 불씨’ 하나면 견디어 낼 수 있다는 의지. 그리고 이를 꺼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이를 위해 몇 번이고 숨 참고 저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사랑. 여전히 이를 안고 있는 것일까. 이 불턱, 여전히 따스하기만 하다.


바다 짠 내음 달래는 달디단 샘물 나다하동마을 빨랫터
작은 섬 속 누리는 힐링 산책 <가파도 여행>


섬이 그렇듯 항상 물 부족에 시달렸을 것만 같은 가파도. 하지만 척박한 삶을 중화시키듯 가파도의 상동과 하동에는 단 샘물이 솟아났다. 이제 둘러볼 빨래터는 샘물이 발견된 공간으로, 마을 사람들의 식수 및 빨래터로 활용된 곳이다. 1863년 철종 말경, 가파도에 처음으로 사람이 살기 시작했을 즈음에는 상동에서만 샘물이 발견되어 대다수 주민들이 상동마을에 주거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하동마을에서도 샘물이 발견되면서 이 곳 또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주거지가 된다. 오가는 바닷바람에 시렸을 아랫마을에 서서히 활기를 선물했을 꿀 같은 샘물이었을 터. 이제 하동마을을 터로 삼은 이들은 물을 길으며 소소한 대화로 정을 나눴을 것이다. 빨래를 하며, 마음속 생긴 궂은 때 또한 흘려보냈을 것이다. 짠기를 잔뜩 머금은 몸속 단 인정을 채우며, 서로를 위하고 보듬었을 테다. 마치 저 뒤로 펼쳐진 바다가 섬을 감싸 안듯이.


가파도의 안녕을 품은 성스러운 터제단집
작은 섬 속 누리는 힐링 산책 <가파도 여행>


오늘처럼 잔잔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바다. 가파도 사람들의 삶을 책임지는 터전이자, 뭍으로 나가는 길인 저 바다는, 마치 인간이 범접할 수 없다는 듯 경계를 그으며, 대자연의 위용을 자랑하곤 한다. 이에 가파도 주민들은 신의 음성과도 같은 매서운 파도소리를 잠재우고자 하늘에 천제를 지냈다. 바로 가파도 동편 해안에 위치한 ‘제단 집’에서 말이다. 사람들은 음력 2월을 기점으로 기일을 택하여,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을 올렸다. 이 천제에는 남자 주민 대표 9명이 참여한다. 이 제사를 위해서는 꼬박 3박 4일 기간 동안 부정한 것을 멀리하고, 몸을 정갈히 해야 한다. 또한 마을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제물을 준비하여 제사에 임해야 한다. 오로지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소망하는 가파도 주민들의 절실함을 하늘은 매년 들어줬을까. 불과 하루 전, 몰아치는 바람에 이리저리 휘청였다는 올레꾼들의 고생담이 포구 아주머니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온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푸르고 잔잔하기만 한 저 바다. 그 위를 비추는 한 줄기 햇빛에 추위도 녹아내리 듯, 사람들도 이를 하늘의 응답으로 알고 매일을 살아오지 않았을까.


낮은 섬 가파도만이 안을 수 있는 드높음6개의 산 전망대
작은 섬 속 누리는 힐링 산책 <가파도 여행>


가파도 사람들에게는 바다 건너 큰 묻힌 제주. 그 제주에는 모두 7개의 산이 있다. 제주 전체를 내려다보는 한라산을 비롯해, 산방산, 송악산, 군산, 고근산, 단산, 영주산이 제주 곳곳에 우뚝 서 있다. 그런데 이 중 영주산을 제외한 6개의 산을 작은 섬 가파도에서 모두 바라볼 수 있다. 둘레 4.2km, 최고점이 20.5m에 불과한 작은 섬에서 6개의 산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6개의 산 전망대’에서 말이다.

면적 0.84㎢인 섬 속 서로만을 바라보며 살아야 했을 가파도 사람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마음이 넓고도 풍요로운 것은, 아마 바다 건너 손에 닿을 듯 보이는 저 산들 덕분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좁디좁은 삶의 내부만을 응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너른 저 밖을 바라보라는 교훈을 이 섬은 주는 듯하다. 6개의 산 하나하나를 손으로 짚어가며, 가슴속, 그보다 작은 속내를 더듬어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속 존재에 대한 배려, 친절, 존중, 이해, 겸손, 희생 등 귀한 마음이 솟아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섬 속 누리는 힐링 산책 <가파도 여행>

 

유의사항
※ 위 정보는 2016-12-23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위 콘텐츠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제주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콘텐츠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