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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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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은 신비로운 공간이다. 땅밑에 감추어진 공간이기에 우리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지상과는 전혀 다른 빛과 소리와 공기가 숨어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린 제주섬 땅밑 비밀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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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물이 만들어 낸 땅 속의 미로를 탐험해보자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동굴은 신비로운 공간이다. 땅 밑에 감추어진 공간이기에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지상과는 전혀 다른 빛과 소리와 공기가 숨어있다. 한 여름 뜨거운 햇살에 지칠 무렵 이든, 세찬 바람에 몸을 움츠리게 하는 한겨울이든, 동굴은 언제나 적당한 온도로 우리를 기다린다. 화산섬 제주에는 수 만 년 전 화산활동이 만들어낸 용암동굴들이 땅 아래에 숨어있다. 특히 제주 동북지역에는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바닷가까지 흘러가며 만들어낸 동굴들이 구비구비 이어져 있어, ‘거문오름용암동굴계’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치 화산에 살던 용이 뛰쳐나와 여기저기 만들어놓은 듯한 땅 밑 비밀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사진제공 : 문화재청>


제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백미용천동굴,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용천동굴은 길이 2,500미터가 넘는 용암동굴이다. 용암종유, 용암석순, 용암유석, 용암선반, 용암두루마리, 용암폭포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발달해있다. 동굴 하류에는 길이 250미터가 넘는 커다란 호수가 있고, 종유석, 석순, 종유관, 석주, 석화, 동굴진주, 커튼석, 휴석 등 각종 석회 성분 동굴생성물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이렇게 용암동굴 안에 석회구조물이 생긴 것은 바닷가 지표에 쌓인 모래 속 석회성분이 오랜 세월 빗물에 녹아서 동굴 내부로 흘러 들어왔기 때문이다.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사진제공 : 문화재청>


이렇게 용암동굴 안에 석회동굴 구조가 발달한 것은 용천동굴이 유일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용천동굴 안에는 깨진 토기, 숯, 쇠붙이, 전복 껍질, 동물 뼈 등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역사적, 문화적 해석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사진제공 : 문화재청>


세계를 놀라게 한 용천동굴은 아주 우연하게 발견됐다. 2005년 5월 11일,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한창 추진하고 있던 즈음이었다. 구좌읍 월정리 일주도로 근처에서 전신주 교체 작업을 하는데, 새로 설치한 전신주가 땅속으로 푹 꺼져 버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질학자들의 눈앞에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장관이 펼쳐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용천동굴의 발견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돕기 위한 신의 선물이라는 말이 학자들 사이에서 오고 갔다. 그만큼 용천동굴은 아름답고 유일무이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아쉽지만 용천동굴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그 신비한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연구를 위한 학자들에게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최소한의 입장이 허용될 뿐이다. 다행히 거문오름 옆에 위치한 제주 세계자연유산 센터에서는 그 모습을 담은 영상과 조형물을 전시해서 용천동굴을 찾지 못하는 관람객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전시 외에도 4D 체험관에서 세계자연유산을 맛볼 수 있으며, 사전예약을 통해 거문오름 탐방을 즐길 수도 있다.


용암 동굴의 신비를 온몸으로만장굴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만장굴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서도 가장 긴 동굴이다. 수십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내부 구조와 형태, 지형, 생성물 등 보존 상태가 아주 양호하고 일부 구간이 일반에 공개된 용암동굴이다. 1947년 당시 초등학교 교사이던 부종휴 선생과 꼬마탐험대가 발견해 세상에 알려졌다. 사시사철 섭씨 11~18도의 기온과 87퍼센트의 습도를 유지하는 용암동굴만의 독특한 내부를 경험하고 싶다면 만장굴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단 여름철에는 동굴 내부의 온도가 쌀쌀하게 느껴질 수 있고, 동굴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조명을 어둡게 유지한다는 점은 꼭 기억하도록 하자.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발견 당시 그들이 만장굴의 광경에 얼마나 넋이 나갔을지 상상을 하면서 동굴로 들어가 보자. 처음 들어선 만장굴 내부는 자칫 웅장 하기만 하고 단조로워 보일 수 있다. 석회동굴 안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내부 생성물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용암의 흐름을 상상하면서 걸어보면 수십만 년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동굴의 양쪽 벽에는 용암이 남긴 흔적들이 보인다. 이건 차라리 용암이 흘러서 생겼다기보다는 거대한 생물이 동굴 내부를 뚫고 나온 것처럼 느껴진다. 벽엔 보통 지층처럼 띠를 이루고 있지만 가끔 선반처럼 돌출한 용암선반도 찾아볼 수 있다. 차갑기만 한 용암 동굴벽을 손으로 느끼면서 걷노라면 켜켜이 쌓인 수만 년 세월의 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계속해서 동굴 안을 걷다 보면 폭이 좁아지는 구간이 있는데, 그 구간을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평소보다도 넓은 공간이 나온다. 폭이 좁은 곳에 막힌 용암이 뭉쳐있던 흔적이다. 입구로부터 600미터 정도 들어가면 마치 거북이처럼 보이는 거북바위가 눈길을 끈다. 거북바위는 천정에서 떨어진 바위가 용암의 흐름을 막아서 생긴 것으로 가운데 한라산이 솟은 제주도의 모양을 축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공개 구간의 대미를 장식하는 용암 돌기둥을 만난다. 높이 약 7.6미터로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용암돌기둥은 동굴천정에 생긴 틈으로 용암이 흘러내려오면서 굳은 것이다. 마치 얼마 전에 흘러내린 것처럼 생생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천 가지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동굴미천굴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성산읍 미천굴 관광단지 내에 위치한 미천굴은 총 길이 1,700여 미터에 달하며 비교적 구조가 단조로운 수평동굴이다. 미천굴은 앞서 소개한 동굴들처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이나 지방기념물은 아니지만 개인 사업자가 관광시설로 꾸며 보호하고 있는 곳이다. 25만 년 전 생성된 천연동굴인 미천굴은 입구를 기준으로 두 개로 나뉘어 있는데, 길이가 360여 미터의 길이에 달하는 가지 굴인 제 1굴만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용암 선반과 종유석, 다층굴 등 화산 동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연친화적인 인공물들과도 잘 어우러져 있다. 1300여 미터에 달하는 주굴(主屈)인 제 2굴은 현재 훼손 우려 때문에 공개되어 있지 않다. 주굴인 제2굴은 최대 폭 15미터, 최대 높이 10미터로 용암 표석, 용암 곡석, 용암 기포, 용암 석순, 다양한 동굴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진흙으로 빚은 듯한 호빵형 용암 선반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전설이 숨어있는 용암동굴김녕사굴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사굴’이라는 이름은 동굴에 구렁이가 살았다는 옛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전설에 따르면 동굴 속에는 거대한 구렁이가 살고 있었다. 해마다 15세 된 소녀를 희생으로 바치지 않으면 심한 폭풍우를 일으키는 등 김녕 주민들을 괴롭혔다고 한다. 그러다가 중종 10년, 당시 제주판관이었던 서린(徐燐)이 주민들을 괴롭혀 온 구렁이를 퇴치하였다고 전한다. 김녕사굴도 용천굴과 마찬가지로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지만 폐쇄된 김녕사굴 입구 근처에는 보호를 받지 않는 짧은 구간이 드러나 있어 진정한 야생 동굴의 모습을 보여준다. 거칠게 드러나고 모래가 군데군데 덮여 있지만, 거대한 구렁이를 잡으러 동굴 입구에 들어가는 듯한 재미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뜨거운 용암이 바다를 만나는 곳김녕성세기해변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용암동굴 여행을 마치고 김녕해수욕장에 도착하면 평소에 바라보던 바다와는 또 다른 감회를 느낀다. 중산간 거문오름에서 수천년회에 걸쳐 분출한 용암이 흘러 흘러 바다까지 도착했던 광경을 상상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저 해수욕하기 좋은 백사장으로만 보였던 김녕성세기해변의 모래도 다르게 보인다. 모래에서 녹아내린 탄산칼슘 성분이 용천동굴의 화려한 장식을 꾸몄다니 말이다. 이제는 용암동굴 속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올 때다. 김녕 앞바다에서 석양과 함께 유유히 떠있는 요트를 바라보며 용암동굴과 함께한 하루를 마감해보자.


동굴 위에 살았던 주민들의 삶을 만날 수 있는 곳김녕 지질트레일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지질트레일이란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증받은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의 브랜드를 활용해 제주의 문화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질자원 및 향토색이 가득한 농촌마을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함께 접목시킨 길이다. 이 지질트레일 코스는 '김녕•월정 지질 트레일'이라고 묶어서 부르기도 하는데, 총길이는 14.6㎞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코스는 마을의 뭍을 가로지르며 걷는 길과, 바닷가를 따라 걷는 길, 이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두 길의 특징에 맞추어 ‘드르 빌레길’ 과 ‘바당 빌레길’ 이라 불린다. 드르 빌레길의 길이는 9㎞, 바당 빌레 길의 길이는 5㎞쯤 된다. ‘드르’ 는 ‘들’을, ‘바당’ 은 ‘바다’를, ‘빌레’는 ‘넓적하게 퍼진 암반’을 일컫는 제주 토박이 말이다. 친절하게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으니 길을 헤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각 마을의 독특한 사연을 들어 볼 수 있는데, 현지인에게서 듣는 그곳의 이야기가 그저 구전된 민담일 지라도 어릴 적에 할머니가 들려 주시던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꽤 흥미로울 수 있다. 김녕의 거리는 다른 제주의 마을보다는 조금 더 묘하고 영적인 느낌이 든다. 원래 여행이란, 무엇에도 얽매이는 것 없이 떠나야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듯이, 지질 트레일 코스를 가는 동안만이라도 마음의 문을 열고 길을 나선다면 훨씬 더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화산 섬 제주의 속살, <화산동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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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정보는 2022-02-23 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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